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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이라면 사석에서 농담처럼 던져서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12일(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한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효과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상대를 밀어붙이려면 패스도 정확하고, 드리블 능력도 있어야하고, 크로스도 좋아야하고 모든 것들이 나와야하는데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안 나왔다”면서 강한 실망감을 표출한 뒤 “그래서 김신욱을 투입해 롱 볼을 활용해서 득점 루트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어쩔수 없다”고 설명했다.
90분간 그라운드에서 사력을 다한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평가였다. 좋은 공격수가 없어서 이란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을 믿지 못하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다른 국가의 특정 선수를 언급하는 것은 한국 축구에 대한 불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언행이었다. 소리아는 우루과이 출신으로 카타르에 귀화한 공격수다. 그는 지난 6일 열린 한국과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태극전사들을 괴롭힌 인물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피지컬이 뛰어난 이란 선수들과 맞설 수 있는 공격자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리아를 예로 든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굳이 최종예선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의 특정 선수를 꼽아야했는지는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 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역대 외국인 사령탑 중에 가장 한국 축구에 관심이 많고, 애정을 가진 지도자로 그동안 평가받아왔다. 항상 K리그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란전 직후 그의 입을 통해 나온 발언은 파장이 컸다.
사령탑의 감정적인 발언에 대해 선수들도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비교를 당하는 것은 어떤 상황이든 불편한 일이다. 게다가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비유였다. 손흥민은 “(감독 발언에 대해)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 하고 싶다”고 입을 연 뒤 “다른 선수를 언급하시면서까지 선수들의 사기에 (영향을 준 것은)좀 아쉬운 것 같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우리도 대한민국을 위해 역사를 쓰려고 많은 준비를 했다. 소속팀에서 잘하는 선수들이다. 우리도 좋은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독님의 말씀은 자신의 생각이라 반대할 것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주장 기성용은 사령탑의 고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고 의미를 해석했다. 그는 “주장으로서 사실 감독님도 외국인이라 많이 힘드실거다. 선수단 소통이나 언론과의 소통도 그렇고, 내가 감독이라면 오늘 경기는 화도 날 수 있다. 감정적으로도 실망할 수 있다”면서 “감독님의 인터뷰를 봤을 때는 공격수들은 실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님이 화가 나서 선수들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셨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감독님도 무언가 생각이 있으셔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소리아 발언’에 대해서 대다수 축구팬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그의 발언으로 국내 여론이 들끓자 슈틸리케 감독은 서둘러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례적으로 이란에서 출국하기 직전 테헤란 숙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소리아에 대한 특징을 분석해 잘해보자는 의미였는데 그게 잘못 전달이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 직후 갖는 인터뷰에서는 감정이 올라와 그런 경우가 있다”며 “손흥민이 교체돼 나올 때 물병을 찬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처럼 치열한 경기를 하고난 후 평소와 다르게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상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얘기들이 나와서 와전이 되고 오해가 생기면서 특히 안 좋을 때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우리를 흔드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며 “나는 선수단을 항상 존중하고 인간적인 면을 존중하면서 해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거듭 해명했다. 하지만 거듭된 슈틸리케 감독의 실언으로 발생하는 선수단,팬과의 신뢰관계 붕괴가 이번 해명으로 복원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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