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범
구상범 성남FC 감독대행이 1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경기에서 2-1 역전승한 뒤 두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틀 밤 꼬박 새웠어요.”

성남FC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치른 첫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해낸 구상범(52) 감독대행은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갈 길은 멀지만 고독의 4박5일을 견뎌낸 첫 성과물이었다.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2일 김학범 감독의 사실상 경질을 발표한 성남 구단은 U-18 유스팀 풍생고를 이끌던 구상범 감독을 감독대행직에 앉히기로 했다. U-15, U-12 팀을 이끄는 변성환,남궁도 감독이 코치로 합류해 시즌 중 코치진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장 첫 경기가 17일 수원FC전. 이재명 성남 시장과 염태영 수원 시장의 ‘메이어 더비’로 거듭난 신 라이벌전이었다. 지난 7월 24일 수원FC가 성남에 2-1로 신승하며 탄천종합운동장에 수원 구단 기를 내건 터라 구 감독대행으로서는 설욕까지 해야 했다. 그는 “(감독대행직 발표가 난 뒤)바로 다음 날인 13일 배재대와 연습 경기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3쿼터 경기를 했는데 기존 주전 요원, 1.5군 선수들, R리그에서 뛰던 선수들로 나눠 모두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온전히 새 판을 짜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25m 안에 공격과 수비 요원이 모여 간격을 좁히면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게 구 감독대행의 색깔이다. 그는 기존 4-2-3-1 형태를 유지하면서 일부 변화를 줬다. 포백 수비 앞에 수비적인 성향 미드필더 대신 조재철 이종원 등 기동력이 있고 공격에 능한 자원을 투입했다. 공격진도 이전까지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현을 원톱으로 배치하고 실빙요 황의조 박용지가 뒤를 받쳤다. “선수 한 명씩 불러서 면담했다. 본인이 잘할 곳에서 마음껏 뛰게 해주고 싶었다. 김현은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으나 훈련 때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황의조는 스스로 원톱보다 섀도 스트라이커를 원해서 김현 아래 배치했다.” 이밖에 포지션별로 선배가 후배에게 다가가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게 했다. “경기 전 3일간 우리가 구상한 공격서부터 전진 압박,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 등을 반복 숙달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율적 책임을 부여하고 새 색깔을 입히려는 4박5일간의 노력은 통했다. 전반 25분 수원FC 권용현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새로운 원톱 김현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2-1로 이겼다. 승점 3 못지않게 모처럼 속도감 있는 경기력으로 홈 팬을 환호하게 했다. 구 감독대행의 용병술도 돋보였다. 전반 37분 외국인 공격수 실빙요를 빼고 김동희를 투입해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 실빙요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훈련 때 공격 뿐 아니라 수비도 적극적으로 해서 투입했는데 실전에서 여러 실수가 나와 과감하게 뺐다. 김동희 투입 이후 공격적으로 잘 풀린 것 같다.” 실빙요를 전반에 불러들일 때 구단 사무국과 스카우트 사이에선 우려했다고 한다. 이석훈 성남 대표는 “실빙요가 갑자기 나갈 땐 스카우트나 우리 모두 고개를 갸웃거린 건 사실인데 새 코치진이 소신껏 밀고 나간 게 승부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구 감독대행은 “짧은 시간이었으나 내 생각의 90%가 이뤄진 것 같아 놀랍긴 하다”며 “나와 변성환 남궁도 코치 모두 뜻이 잘 통한다. 성남이 위기이긴 하지만 꼭 남은 경기를 잘 해내서 상위스플릿은 물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내고 싶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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