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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 애플이 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아이폰 7·7 플러스와 2세대 애플워치, 그리고 완전 무선 이어폰 ‘에어팟(Airpods)’을 발표했다. 그런데 애플의 신제품 공개 직후 국내 언론사들은 이 에어팟에 대한 혹평을 거의 쏟아내듯 했다. 해당 기사들을 여럿 읽어보니 크게 ‘잃어버리기 쉬운 제품’, ‘전자기파 유해성 논란’, ‘기대치를 밑도는 흉측한 디자인’, ‘비싼 가격’ 등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기자는 이러한 보도가 정당한지 한 번 생각해봤다. 애플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일 뿐, 사실 이 4가지가 그렇게 단점으로 꼽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에어팟’만이 그런 듯 기사를 게재했다.
먼저 ‘잃어버리기 쉬운 제품’이라는 비판을 살펴보자. 잃어버리기 쉬운 제품은 맞다. 그러나 잃어버리지 않도록 좌우 유닛 사이를 스트랩 형태로 연결하거나 단단하게 넥밴드 타입으로 만들면 그것 또한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스트랩은 종종 한 쪽으로 쏠리고, 넥밴드는 칼라(Collar) 있는 옷에 어울리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선이 주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으면 그것은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기에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이 없어 잃어버린다고 비판하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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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에 앞서 출시된 제품을 살펴보자. 스웨덴의 스타트업 이어인(EARIN)이 같은 이름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출시했다. 역시 좌우 한 쪽씩 블루투스 이어폰 유닛을 착용해 두 개가 서로 페어링하는 형태다. 메인 유닛인 왼쪽 유닛이 스마트폰 등과 연결되고, 해당 음성신호를 오른쪽에 보내준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제품을 얼마 전에 내놓았다. 기어 아이콘X다. 이 제품도 좌우 독립된 이어폰 유닛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자체 메모리를 내장해 독립적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고 심박 측정도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지만 역시 형태는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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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음향업체 온쿄(ONKYO)도 얼마 전 W800BT라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출시했다. 좌우 양쪽 이어폰 유닛이 독립된 형태다. 이 밖에 모토로라의 ‘Verve Ones+’ 브라기(BRAGI)의 ‘대시(Dash)’ 등 많은 제품들이 에어팟과 같은 형태로 돼 있다. 모두 선이 없어 잃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출시됐을 때는 에어팟과 같은 강도 높은 비판이 있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선 없는 제품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고 언젠가는 대세가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금 불편한 점이 눈에 띄지만 그로 인해 얻는 장점들도 많은데 기사는 단점을 앞세운 부정적인 글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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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전자기파 유해성 논란’이다. 많은 매체들이 14일 영국의 데일리메일의 보도를 인용해 ‘블루투스 기술로 작동하는 에어팟이 저강도 전자파를 귓속으로 보내는데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에 독성물질 등의 유입을 차단하는 혈액뇌관문이 닳아버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 매체는 숫제 ‘뇌에 독성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등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잘못 전달했다.
많은 매체들이 데일리메일의 보도와 더불어 큰 위험성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다른 매체의 글도 인용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는데 제목만 보면 전자파 과다 방출 기기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실제 블루투스 이어폰이 유해하다면 앞서 출시된 LG전자의 톤플러스 시리즈나 삼성전자의 기어 서클·레벨 U 같은 블루투스 이어폰도 모두 같은 위험제품이다. 굳이 에어팟만을 겨냥해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제목으로 뽑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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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를 밑도는 흉측한 디자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많은 이들이 에어팟의 디자인에 실망했다. 잘 알고 있다. 해외 네티즌들은 오랄-B 전동칫솔을 귀에 꽂은 패러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샤워기 머리를 귀에 대고 에어팟을 패러디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그럴 수 있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니까. 하지만 앞서 언급한 완전 무선 형태의 이어폰들의 단점은 ‘듣는 것’은 잘 되지만 ‘말하는 것’은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통화를 위한 마이크가 귀 쪽에 있으니 사용자의 목소리 수신 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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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설명에 의하면 에어팟은 음성 인식 센서가 부착돼 있어 말하는 이의 진동과 목소리를 확인하며 기다랗게 내려온 막대 끝에는 외부 노이즈를 감소시켜 주는 마이크가 장착돼 있어 통화가 원활할 수 있게 해준다. 여전히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면 어쩔 수 없지만 통화 품질 향상을 위한 설계구조와 디자인임을 감안하면 납득이 간다. 조본이나 자브라 같은 통화용 모노 블루투스 이어셋과 비슷한 형태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비싼 가격을 한 번 풀어보자. 에어팟의 북미 가격은 159달러, 국내 판매가격은 21만9000원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타사의 제품들과 비교하면 그리 납득이 가지 않는 가격은 아니다. 기자가 체험했던 스웨덴의 이어인 소비자가격은 29만9000원이며 삼성전자의 기어 아이콘X는 22만원, 온쿄의 W800BT는 39만원이나 한다. 북미 가격 대비 비싼 한국 판매가격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에어팟 자체가 타사 동급 제품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제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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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에어팟은 완전 무선 이어폰 제품 중 가장 긴 연속청음시간을 제공한다. 에어팟의 실 사용시간은 5시간이다. 15분만 충전해도 3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배터리를 내장한 전용 케이스가 충전기능을 겸하기에 케이스와 함께 할 경우 최대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어인 이어폰의 경우 2시간 50분, 기어 아이콘X의 경우 자체 음악 재생 시 최대 약 4시간, 블루투스 연결과 운동 트래킹을 병행할 경우 최대 약 1시간 30분간 사용할 수 있다. 온쿄의 W800BT는 최대 약 3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에어팟은 이런 소형 완전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중 가장 긴 사용시간을 제공한다. 이런 장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그래도 에어팟을 비판하고 싶다면 에어팟이 애플 기기와만 호환돼야 한다. 애플코리아 측에 문의해도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서도 어떤 매체는 블루투스로 호환 가능하다는 쪽과,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굳이 에어팟을 구매하는 이라면 대부분 아이폰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아쉽긴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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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애플은 아이맥에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없앴고 신형 맥북에서는 USB 타입-C 단자 하나만을 제외한 모든 단자를 없애는 등 타사보다 앞선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아이폰 7에서도 의심 없이 꾸준히 사용돼 온 3.5㎜ 이어폰 잭을 없애며 무선 이어폰 환경을 앞장서 구축하고 있다. 다만 거의 모든 소비자들이 3.5㎜ 이어폰 잭에 연결되는 헤드폰·이어폰을 보유한 탓에 애플로서는 이례적으로 변환 커넥터를 아이폰 7 패키지에 기본 제공한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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