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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배트를 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늘 야구가 삶의 일부인 것처럼 그립기만 하다. 꿈꿔왔던 은퇴식을 KIA와 kt 팬 앞에서 할 수 있게 돼 너무나 감사하다.”
품 속에서 꺼내든 편지 한 장을 조용히 읽어내려가던 ‘스나이퍼’ 장성호(39)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지난 20년을 차분히 돌이키며 적어내린 글에는 그의 진심이 가득 묻어있었다.
장성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1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IA-kt전에 앞서 은퇴식을 가졌다. 유니폼을 벗은 지 일년이 훌쩍 지난 뒤에 벌어진 ‘지각 은퇴식’이다.
장성호는 1996년 해태에 입단 한 뒤 지난 시즌까지 20년 동안 2064경기에서 2100안타를 터뜨렸다. 출장 경기수로는 역대 4위, 안타수로는 양준혁 SBS스포츠 해설위원(2318안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07년까지 10년 연속 100안타를 넘어서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장성호는 “ KIA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을 했고 kt에서 마무리했기 때문에 더 뜻깊은 은퇴식인 것 같다. kt에서는 1년 밖에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이 크다. 다치지 않고 뛰었더라면 좋았을텐데….지난 해에는 두 번이나 큰 부상을 당했다. 1년이나 지났음에도 은퇴식을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지금은 모기업이 KIA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타이거즈라는 이름은 남아있다. 처음 시작한 그 팀에서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기 때문에 은퇴식은 무조건 KIA전에서 하고 싶었고 그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이뤄진 구조적으로 완벽한 은퇴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초 kt는 전반기 마지막 홈경기에서 장성호의 은퇴식을 가지려고 했다. 그러나 장성호는 “팀이 한창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나 팀 분위기를 깨뜨리지나 않을까 싶어 조금 더 뒤로 미뤘다. 이 시기면 거의 순위싸움도 끝나가지 않을까 싶어서 직접 내가 날짜를 정했다”고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은퇴식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997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고 2009년에 한 번 더 우승을 경험했는데 두 번째 우승이 더 뜻깊은 것 같다. 주전으로 뛰지는 못했지만 우승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그래서 그날 경기가 가장 생각이 난다.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 해 8월19일 넥센전도 기억에 남는다. 4-9로 뒤지다가 10-9로 역전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고 돌이켰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드라마틱했다. 9회말 대타로 나와 중전안타로 꺼져가던 타선에 불을 붙였고 kt는 타자일순하며 6점을 뽑아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장성호는 당시 타자일순하며 돌아온 9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넥센 손승락의 투구에 맞아 오른쪽 정강이뼈에 골절상을 입었고 다시는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다.
장성호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실력이 되고 주전으로 기회가 더 주어졌다면 선수생활을 연장했겠지만 그때는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였는데 능력 밖의 일이 됐다. 이제는 박용택이나 정성훈(이상 LG) 등 후배들이 그 기록을 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뒤 “해설이 천직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말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팬들이 야구를 더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초심은 끝까지 갖고 가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도자는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는 물론 배우는 선수에게도 폐가 될 수 있다. 자신감이 생겼을 때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지도자 변신에 대한 계획도 내비쳤다.
장성호는 kt와 KIA가 마련한 유니폼 액자와 프로야구 선수협회에서 준비한 공로패 등을 전달받은 뒤 그라운드에 도열한 양 팀 선수단,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마지막 베이스러닝을 했다. 경기 직전에는 포수석에 앉아 아내 진선미씨가 던지는 시구를 받았다. 양쪽 타석에는 딸 서진양과 아들 우진군이 방망이를 거꾸로 들고 시타를 했다. ‘방망이를 거꾸로 들고도 3할을 때린다’던 평가에 대한 오마주였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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