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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드디어 기나긴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는 것일까? 2경기 연속 안타와 함께 시즌 12호 아치를 그린 미네소타의 박병호(30)가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되찾았다.
박병호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홈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투런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의 활약을 펼쳤는데 안타가 바로 시즌 12호 홈런이었다. 지난 9일 마이애미전 이후 열흘 만의 반가운 홈런이기도 했지만 이 한 방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박병호는 1-0으로 앞서던 4회 2사 3루서 상대 선발 마이클 피네다의 초구를 공략해 우중월 투런홈런을 뽑았다. 피네다는 초구로 154㎞짜리 직구를 선택했는데 박병호가 작심한듯 배트를 휘둘러 타구를 131m나 날려보냈다. 박병호는 경기를 마친 뒤 “첫 타석에서 아웃되기는 했지만 슬라이더를 제대로 때렸기 때문에 빠른 공을 던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려봤는데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밝혔다. 직구에 대한 노림수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단지 한 타석의 결과가 아니다. 박병호는 전날 경기에는 결장했지만 17일에도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수년간 부진을 딛고 올 시즌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양키스의 C.C. 사바시아를 상대했는데 5회 세 번째 타석때 기어코 안타를 때렸다. 1회에는 사바시아가 직구에 약점을 보인 박병호에게 집요하게 직구 승부를 했는데 박병호는 7구째 접전 끝에 3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3회에도 사바시아는 직구 3개를 연달아 던졌다.박병호가 예상과 달리 직구에 제대로 반응하자 4구째 체인지업으로 유격수 방면 땅볼을 끌어냈다. 5회에는 직구 대신 슬라이더로 투구패턴을 바꿨다가 박병호에게 안타를 두들겨맞은 것이다.
이날도 박병호는 직구 공략에 주력했다. 2회에는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비켜나가는 피네다의 직구 3개를 연달아 골라내는 선구안을 과시했고 직구 승부가 어려워진 피네다가 던진 5구째 슬라이더를 때려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지만 박병호는 직구 노림수가 통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그 다음 타석에 곧바로 홈런포를 가동했다. 박병호는 9회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의 직구에도 주눅들지 않았다. 161㎞의 초구에는 헛스윙했지만 4구째 163㎞짜리 직구는 배트로 걷어냈다. 5구째164㎞짜리 직구에 선 채로 삼진을 당했지만 박병호가 못쳤다기보다는 몸쪽 꽉찬 코스로 공을 꽂아넣은 채프먼의 제구가 워낙 절묘했다.
박병호는 그동안 구속 150㎞ 이상의 강속구에 타율 0.096으로 고전했는데 최근 2경기에서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날 홈런도 153㎞(95마일) 이상의 직구를 때려 만들어낸 첫 홈런이었다. 홈런을 때리고도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박병호가 이날만큼은 활짝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선 이유다.
득점권 부진 징크스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홈런은 박병호가 올 시즌 득점권 49타석에서 나온 6번째 안타이자 주자를 득점권에 둔 상황에서 터뜨린 첫 홈런이었다. 박병호가 홈런을 터뜨리는 순간 중계를 맡은 FOX스포츠의 중계진은 “2사 후에 박병호가 아주 귀중한 홈런을 터뜨렸다. 이것이 바로 미네소타가 원했던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도 ‘5번타자 맥스 케플러가 1사 3루서 삼진을 당해 찬스가 무산될 뻔했지만 박병호가 이를 살려냈다’고 전했다.
홈런으로 2타점을 추가한 박병호는 6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도 타점을 추가했다.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양키스는 지난 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앤서니 스와잭을 마운드에 올렸는데 박병호는 큼지막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던 첫 타석때도 2루에 있던 케플러가 3루로 태그업한 뒤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의 중전적시타때 홈을 밟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병호가 팀의 4점 가운데 3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이다.
그러나 박병호의 활약으로 4-0으로 앞서가던 미네소타는 경기 후반에 불펜진이 무너지면서 6-7로 역전패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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