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나이 50은 지천명(知天命)이다. 쉰살이 되면 하늘의 뜻에 따라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까닭을 깨닫게 된다. 그래 지천명이면 하늘의 섭리에 따라 억지를 부리지 않고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나이 마흔까지는 자신의 세계에 머물렀다면 쉰 부터는 그 주변까지 헤아리게 된다. 그런데 여기, 지천명의 나이에 안주가 아닌 변화를 선택하고 태평양을 넘은 이가 있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기회 하나에 몸을 맡겼다.
올해 MBC스포츠플러스 ML해설진에 새롭게 합류한 손건영 해설위원이다. 그는 23년전 미국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캐스터, 기자, 해설위원, 광고영업, 사업 등 여러 업종을 거쳤다. 다양한 일을 했지만, 돌아보면 한 길 인생이었다. 날마다 스포츠 축제가 열리는 미국에서 MLB, NBA 등에 빠져 살았다. 그래서 행복했다. LA에서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박찬호 중계를 전담하기 위해 텍사스로 떠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23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다시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돌아왔다.
평소 친분이 있던 허구연 해설위원이 그를 추천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많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빅리그에서 뛰게 되면서 해설자 수요가 늘어났다. 요청을 받은 그는 미국에서 하던 일을 과감하게 청산하고 귀국했다. 손 위원은 “나이 50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돈 보다 꿈을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게 중요했다”라고 했다. 이어 “허구연 위원이 추천을 해주었는데, 그동안 미국에서 자주 만났다. 나의 해설에는 그분 영향이 컸다. 언제나 부지런하시고 연구하고 노력한다. 후배들이 배워야할 선배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
그는 미국에서 스포츠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할 때도 국내 스포츠 전문지에 기고하며 감각을 유지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다시 잡게 된 마이크는 특히 의미가 있다. 그는 “방송전에 각 팀에 대한 상황과 로스터에 있는 선수들에 대한 공부는 기본이다”라며 “20년 넘게 미국에서 살면서 야구에 대한 많은 경험을 쌓게 됐다. 야구는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와 역사 그 자체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야구뿐 아니라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라고 했다.
어찌보면 정형화 된 해설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손 위원을 해설에는 야구를 하는 도시, 사람,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는 미리 몇 가지 준비를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관련 상황이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엮어 시청자들에게 전한다. 그래서 그는 “천펼일률적 해설에서 벗어나고 싶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해설을 하려고 한다. 영상으로 보이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손 위원의 목소리에는 23년 동안 미국에서 경험한 야구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국내 ML 전문가 중에서 손건영 해설위원 만큼 오랜 기간 동안 미국 현지에서 취재와 해설을 한 이는 드물다. 그는 한때 자부심이 넘쳤다. 미국 스포츠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자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고개를 숙인다. 알면 알수록 쉽지 않은게 야구이고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직 고민이 많다. 내가 하는 방송에 만족하지 못한다”라며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지 고민한다. 손 위원은 지천명의 나이에도 식지 않는 열정을 겸비했다. 야구장에 가면 늘 가슴이 뛴다는 그는 “하고 싶은 걸 하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느끼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기쁘다”라고 했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