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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세계 최고 축구사관학교에서 이제는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터전으로 변하고 있었다.
프로스포츠 유소년 시스템을 논할 때 항상 롤 모델로 꼽히는 곳이 있다.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소년 선수들을 키운 ‘라 마시아(La Masia)’가 바로 그 것이다. 스페인어로 ‘농장’이란 뜻의 라 마시아는 이제 바르셀로나 유소년 선수들이 축구를 배우는 기숙사와 유스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 최근 유소년 육성에 열을 올리는 부자구단들이 벤치마킹하는 곳이기도 하다. 스포츠서울은 프로스포츠 발전을 위한 연간 기획 ‘유소년이 미래다’를 시작하면서 지난달 라 마시아를 두 차례 방문해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고한국 프로스포츠에 주는 교훈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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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선수부터 메시까지 한 곳에…
라 마시아는 지난 2011년 10월 바르셀로나 남서쪽 산 주안 데스피에 위치한 트레이닝센터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 조안 감페르(Ciutat Esportiva Joan Gamper)’,한국식으로 풀어쓰면 ‘조안 감페르 스포츠 시티’ 안에 130억원을 투입해 5층 건물로 재탄생했다. 조안 감페르는 1899년 구단을 만든 스위스인이다. 원래 라 마시아는 바르셀로나 시내에 있는 1군 홈구장 캄프 누 근처에 있었으나 낙후된 시설들이 문제가 돼 새 건물을 갖게 됐다. 바르셀로나 관계자는 “성인팀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으로 라 마시아가 이동하면서 바르셀로나 셔츠를 입은 모든 선수들이 여기서 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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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엔 7~8세들이 처음 축구에 입문해 볼을 차는 프레벤하민 반부터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루이스 수아레스 등 별들이 포진한 성인 1군까지 총 16개 남자반이 연령별로 촘촘히 나뉘어 체계적으로 훈련을 한다. 구단은 훈련 방법이나 경기 대비 전술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평일엔 외부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실제로 라 마시아에 처음 간 평일엔 한 방송국 취재진을 제외하고 외부인이 없었다. 또 각 구장은 네모난 모양으로 일관되게 자른 나무들로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3월 20일 열린 후베닐A(19세 이하) FC바르셀로나-에스파뇰 맞대결 땐 달랐다. 500여명의 관중이 몰려들어 뜨거운 열기를 드러냈고 바로 옆 구장에서 벌어진 인판틸A(13~14세) 경기에서도 200여명이 찾아 어린 선수들 플레이를 지켜보고 응원했다. 평일 분위기가 엄숙했다면 주말엔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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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선수가 나온다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 조안 감페르’는 한국에서 제일 좋은 축구 연습장으로 알려진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와 비슷한 규모를 갖고 있다. 총 6개의 천연잔디구장(골키퍼용 포함)과 4개의 인조잔디구장(유소년용 포함)을 깔아놨으며 농구 핸드볼팀과 함께 쓸 체육관도 있다. 그러나 운동장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북서쪽 한 켠에 자리잡은 유소년 선수단 기숙사인 라 마시아다. ‘오리올 토르트 센터’로 명명된 최신식 5층 짜리 기숙사에선 현재 100여명 안팎의 바르셀로나 유소년 선수들이 합숙하고 있다. 라 마시아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생활한 후베닐A 이승우는 “축구 연습은 물론 수업과 각종 여가 활동을 여기서 하며 동료들과 더 친해지게 된다. 함께 생활하니 스페인어나 카탈루냐어도 더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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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 특징은 피라미드 구조로 이뤄진 16개 연령별 팀이 거의 동일한 전술과 훈련 방법 아래서 담금질을 한다는 것에 있다. 유소년 팀에서 좋은 기량을 펼친 선수들이 성인 1~2군에 오르더라도 전술적인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르세니오 바르셀로나 유소년 스카우트는 “후베닐A도 큰 문제가 없다면 성인팀처럼 4-1-2-3 포메이션을 쓴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후베닐A나 인판틸A 선수들은 실전에서 4-1-2-3 대형을 갖춰 움직였다. 3월 19일 정규리그 경기를 치른 바르셀로나B(성인 2군)도 역시 스리톱에 미드필드를 역삼각형으로 세우는 전술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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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마시아의 위기,지역과 호흡으로 풀어간다
라 마시아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리오넬 메시와 보얀 크르키치,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세계적인 유망주를 성인팀 주력 멤버로 키운 2000년대 후반 이후 별다른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국제축구연맹(FIFA) 유소년 정책이 있다. FIFA는 가난한 나라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위해 다른 나라로 건너간 뒤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할 경우 매정하게 버려지는 케이스를 없애기 위해 만 18세 이하 선수들은 자국 클럽에서만 훈련하도록 규정했다. 메시(아르헨티나)나 하피냐 알칸타라(브라질) 이승우(한국)처럼 제3국 유망주를 데려다 라 마시아에서 키운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세계 최고의 축구 사관학교’ 타이틀을 잃어버릴 상황에 놓였다. 이승우는 “카메룬 공격수 사뮈엘 에투가 만든 재단을 통해 라 마시아로 온 아프리카 선수들이 꽤 많았는데 상당수가 돌아갔다”며 “결국 FIFA 규정에 부합하는 스페인이나 카탈루냐 선수들 위주로 라 마시아가 꾸려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가 고향인 선수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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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와 더불어 숨쉬는 클럽으로의 모습은 강화될 전망이다. 그 단적인 예가 바르셀로나B 홈구장 이전이다. 구단 관계자는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 조안 감페르를 확장한 뒤 바르셀로나B 홈구장을 옮길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사가 진행 중인데 1만5000여석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바르셀로나B 구장이 신축되면 기존 유소년 정규리그 경기에 몰려드는 관중과 합쳐 산 주안 데스피 지역에 적지 않은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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