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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용인축구센터 소속 신갈고는 석현준(포르투) 김보경(전북) 김진수(호펜하임) 등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한 축구 명문고다. 신갈고에서 최근 선배들의 뒤를 이을만한 재목이 주목받고 있다. 연령대 대표팀을 두루거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측면 수비수 윤종규(18)가 그 주인공이다. 윤종규는 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용인축구센터 김호 총감독이 눈여겨보는 제자다. 김 총감독은 매일 같이 윤종규의 몸 상태와 플레이를 체크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포지션 전향윤종규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포항스틸야드에서 K리그 경기를 보면서 축구 선수에 대한 막연한 꿈을 키워갔다. 발이 빨라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동하던 초등학교 3학년때 포항 제철동초 감독의 눈에 띠어 축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용인 백암중을 거쳐 신갈고에 진학할 때까지만해도 대표급 선수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의 축구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변화가 찾아왔다. 이전까지 미드필더와 공격수로 주로 활동한 윤종규는 지난해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윤종규는 백암중 2학년때 팀 사정으로 잠시 측면 수비수를 소화한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공격자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수비자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중학교 3학년때는 최전방 공격수로 활동하면서 왕중왕전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공격적인 능력이 돋보인 선수였다.
그에게 포지션 변경을 권유한 것은 최진철 전 U-17 대표팀 감독이다. 최 감독은 U-15 대표팀 시절부터 윤종규의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를 유심히 지켜봐왔기 때문에 풀백으로서 성공을 예상했다. 윤종규는 수비수 전향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풀백으로 뛰면서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플레이에 점차 매력을 느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칠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윤종규는 “사실 공격수를 더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가진 재능을 잘 발휘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측면 수비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오른쪽 풀백으로 변신한 윤종규는 날개를 달았다. 그는 측면 수비수로서 빠른 적응을 보였고, 생애 첫 월드컵 본선에서 전경기에 출전해 ‘최진철호’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윤종규는 “포지션 변경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아마 이전 포지션을 고수했다면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종규에게 U-17 월드컵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다. 그는 “본선을 준비하는 기간에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버티고 이겨내다 보니 좋은 결과가 찾아왔다. 브라질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대결을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16강전인 벨기에전에서 진 것은 두고 두고 아쉽다. 모두들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경기에 나섰는데, 상대를 너무 쉽게 본 것이 잘못이었다”고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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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월드컵을 꿈꾼다
윤종규는 풀백 전향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 원정을 다녀온 U-19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출전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윤종규는 “19세 대표팀에서는 형들과 경쟁을 하다보니 처음에는 많이 부담이 됐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형들과 함께 뛰다보니 내 능력도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뿌듯해했다.
신갈고 이기범 감독은 윤종규의 최대 강점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꼽았다. 이 감독은 “종규는 차두리와 같은 스타일이다. 오버래핑을 시도할 때 가속도가 아주 좋다. 짧은 거리보다는 긴 거리를 질주할 때 스피드가 붙는 스타일이라 윙 포워드 보다는 풀백이 더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윤종규도 수비수지만 공격 참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잦은 풀백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공격시에 상대를 강하게 부숴버릴때가 가장 좋다. 이런 점이 풀백의 매력이다. 상대를 강하게 누르고 공격을 성공시킬때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윤종규는 태극마크를 단 풀백으로서 책임감도 크다. 풀백의 부재는 한국 축구의 고민거리다. 한국 축구계는 이영표, 차두리를 잇는 대형 풀백 자원의 등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에서도 붙박이 측면 수비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윤종규는 “연령대 대표팀에서 뛰다보니 책임감도 느껴지고,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올림픽대표와 A대표팀에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의 다음 목표는 U-20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는 “17세 월드컵이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20세 월드컵이 눈 앞에 있다. 내게 정말 소중한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서 또 한번 월드컵의 열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힘주어말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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