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
LG 박용택이 타격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LG 박용택(37)이 지난 2연속경기 멀티히트로 슬슬 방망이를 달구며 2000안타 기록을 향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박용택은 지난시즌까지 1874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시즌 7경기에서 7안타(총1881안타)를 더하며 2000안타까지 119개를 남겨놓고 있다. 박용택의 안타기록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가파른 상승각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08년 부상으로 부진했던 한 해를 제외하고 매 시즌 100안타 이상을 치고 있고 2012시즌부터는 매년 150안타 이상을 꼬박꼬박 치고 있다.

그의 꾸준함은 타율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09시즌부터 지난시즌까지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2016년 현재 현역선수 가운데 최장 3할 기록으로 2000안타 기록과 함께 양준혁, 장성호의 9년 연속 3할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박용택의 지치지 않는 타격 원동력은 꾸준한 몸관리와 끊임 없는 학구열에 있다.

팀내 후배들의 멘토인 박용택은 자신의 타격 핵심으로 “투수가 만드는 선으로 들어가라”고 조언했다.

◇프로는 기술이 아닌 결과로 말한다

타자는 효과적인 스윙과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늘 고민한다. 타자의 타격폼은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타자의 스윙은 자신의 몸으로 만드는 ‘자필사인’과 같다.

투수의 손을 떠난 시속 140㎞의 속구는 0.4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타자가 그 공의 구질과 궤적을 판단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0.2초에 불과하다. 잘 치기 위해서는 잘 봐야 하는데, 그 짧은 시간은 타자에게 야속하기만 하다. 그래서 10번중에 3번만 안타치면 성공했다고 칭찬 받는다.

3할 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더더기 없는 타격 기술과 고도의 집중력, 그리고 자신감이 필수다. ‘타격달인’ 박용택은 이상적인 타격기술에 앞서 ‘결과’를 먼저 이야기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타격의 기본은 이런 것이고 저런 것이다’라고.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들이 말하는 타격 기본이라는게 20~30년 전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두 가지로 단정지을 수 없는게 타격이다. 결국 이상적인 타격은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다. 그것도 좋은 결과를 기복없이 만들어 내는게 가장 이상적인 타격”이라고 했다.

박용택은 ‘결과’로 승부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타격기술은 ‘가치’로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기본적이며 이상적인 타격은 무엇인가

타격은 지름 7cm이하, 길이 106.7cm이하의 겉면이 고르고 둥근 나무로 만들어진 방망이로 직경 7.25cm이하의 야구공을 치는 동작이다. 즉 타격은 7cm 남짓한 둥근 방망이와 야구공이 허공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정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포인트는 매우 좁다. 방망이와 야구공의 볼록 튀어나온 한가운데가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타격은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이다. 타자는 자신의 체형, 근력, 순발력에 적합한 자신만의 폼을 찾아 날아오는 야구공을 쳐야 한다. 타격은 개성적이다. 그러나 이상향 또한 존재한다.

박용택은 선수마다 이상적인 타격폼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은 같다고 했다. 그는 “하나만 꼽자면…”이라고 운을 떼며 “공이 날아오는 궤적에 자신의 스윙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날아오는 공을 점이 아닌 궤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투수의 공과 타자의 스윙 궤도가 선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선과 선으로 만나면 양 쪽이 정확하게 충돌할 확률은 높아진다”라고 했다.

◇스윙은 투수가 만드는 선으로 들어가는 것.

한때 유행했던 타격으로 ‘찍어치기’가 있다. 날아오는 공을 도끼처럼 위에서 찍는 타법이다(실제로는 ‘타자가 최단거리 스윙으로 투수의 공을 타격해야 한다’는 것을 잘못 오역해 받아들였다). 백스핀으로 부력을 유발시키는 찍어치기는 앞서 박용택이 설명한 선과 선으로 만나는 타격 방식과 차이가 있다.

박용택은 “이전에 타격훈련할 때 ‘찍어쳐라’고 했다. 투수의 구종이 단순했던 시절엔 그런 스윙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컨디션 조절차 치는 배팅볼 역시 찍어칠 수 있다. 치라고 던져주는 배팅볼은 공의 위,아래를 나눠 때릴수도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 만나는 공은 다르다. 현대야구에서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다양한 구종으로 무장했다. 여러 타격법이 있지만, 결국엔 투구의 궤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방망이와 공이 점이 아닌 선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체구조상 스윙은 업(Up)에서 시작해 다운(Down)과 플랫(Flat)을 거쳐 다시 업(Up)의 궤적으로 회전한다. 타격할때 방망이가 다운과정에서 맞으면 찍어치기가 되고 업할때 맞으면 골프스윙이 된다.

박용택은 “방법적으로 여러가지가 있다”라고 전제하며 추신수(텍사스)의 타격폼을 들었다. “추신수가 타격을 시작할 때 보면 방망이를 잡고 있는 손이 많이 내려와 있다. 그렇게 스윙을 시작하면 선에 오래 남을 수 있다”라고 했다. 추신수의 스윙은 출발하는 궤도 자체가 낮게 형성되어 있다.

◇스위트 스폿보다 궤도가 중요하다

추신수는 “어퍼스윙, 다운스윙 등 여러 스윙이 있지만, 맞는 순간은 레벨스윙이다”라고 했고 일본인 메이저리거 아오키 노리치카(시애틀)도 “투수가 보낸 공의 궤적에 따라 가는 타격을 한다”라고 했다.

박용택은 경험을 통해 궤적이 중요한 이유를 하나 더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늘 방망이 중심에 공을 맞추라고 교육 받는데 사실 중심에 맞지 않아도 된다. 방망이 안쪽에 맞아도 된다. 타구의 거리가 짧아지지만, 좋은 방향으로 보낼 수 있다”라고 했다. 스윙궤도가 좋다면 스위트스폿이 아닌 손잡이 쪽에 맞아도 안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라운드는 넓고 빈 곳은 많다.

수준급 타자들이 선과 선의 만남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점이 아닌 선으로 만나야 더 많은 히팅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한 곳이 아닌 여러 길목에서 기다려야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야구는 투수의 손끝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이 구사하는 구질은 점점 다양하고 세밀해지고 있다. 변종 변화구 뿐 아니라 투심, 커터, 싱커처럼 빠른공에도 낙차가 생겼다. 타자는 투수와의 맞대결에서 이겨내기 위해 각각의 구종이 만들어내는 궤적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투타의 대결을 통해 야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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