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응답하라 1988’에서 선우엄마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선영.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배우 김선영이 뽀글머리와 몸배바지를 벗고 도시적인 매력이 넘치는 외모와 복장으로 나타났다. 스쳐가면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환한 미소로 입을 열자마자 우리에게 익숙한 ‘선우 엄마’가 날 것으로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굉장히 쫄았다. 비중도 크고 누가 될까 걱정해 대본을 들고 커피집에서 계속 공부했다. 촬영 초반에는 너무 헷갈렸다. 감독님께 물어보니 그냥 나대로 하라고 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기존 캐릭터에 내 평소 모습을 많이 섞으셨다.”

사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전 배우 김선영이라는 이름은 대중에게 낯설다. 그동안 연극배우로 ‘경남 창녕군 길곡면’, ‘안녕 모스크바’, ‘뷰티퀸’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해 감초 연기를 하며 호평받았지만 일반 관객과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응팔’에서는 실제같은 생활 연기를 펼치며 사랑을 받았고, ‘택이 아빠’ 최무성과의 로맨스도 주인공 못지 않게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마음 먹고 화장 하면 못 알아보신다. 사실 ‘응팔’에서도 풀 메이크업을 했다. 하지만 남들 대강 한 것보다 못하더라. 내가 로맨스 한다고 현장 스태프들이 잘 챙겨주시느라 고생이 많았다. 전지현이 된 줄 알았다. 스태프들이 ‘응칠’부터 해와서 그런지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너무 보고 싶다”며 그리움과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냥 드라마를 한 것도 감사한데 비중과 인기가 남달라 부모님께 효도를 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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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모습이 ‘응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배우 김선영.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선영의 남편은 지난해 장편 영화 ‘소통과 거짓말’을 연출한 영화감독 이승원이다. 남편의 반응은 어땠을까.

“연기라는 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남편이랑 내가 좋아하는 연기는 똑같다. 남편이 보고 그 연기가 좋다고 하면 기분이 제일 좋다. 내게 힘이 된다. 최무성과 러브라인 형성 중 마늘까는 장면에서 ‘합쳐라’는 대사에 ‘마늘이 왜 이렇게 맵냐’며 눈물을 흘렸다. 평소 애드리브를 잘 안치는데 나도 모르게 나왔는데 특히 그 장면을 좋아한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극무대와 스크린, 이제는 안방극장까지 섭렵하는 배우 김선영도 한때는 가난한 예술가를 꿈꿨다. 그는 “20대 젊은 시절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무시했다. 연극과는 다른 분야고 가난한 예술가로 살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난해보니까 개떡 같은 소리를 한 것이었다. 전부터 영화는 하루에 7~8편씩 공부하듯이 봐왔는데 드라마도 하게되면서 다시보기로 계속 봤다. 울고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함부로 생각하는게 얼마나 우스운 지 깨달았다”고 진솔한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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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예술가를 꿈꿨던 배우 김선영.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는 드라마 연기를 평가한 연극 배우를 지적한 일화를 들며 “연극 연습 때는 모두 메릴 스트립만큼 연기를 하는데 카메라가 오면 다르다.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나이는 나보다 젊지만 카메라 선배인 배우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특히 ‘빛나거나 미치거나’서 오연서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연기를 오래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난 카메라 앞에서는 아직 ‘신삥’이고 잘 모른다”며 미소지었다.

“드라마 촬영장과 연극은 다르다. 연극은 문제가 생기면 말로 푼다. 드라마 촬영은 이미 준비해온 것은 맞춰보고 찍는데 이야기를 하고싶을 때가 많다. 비단 연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함게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사실 나처럼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 어느 정도 연기를 해도 감정이 안만들어지면 불가능한데 라미란 언니와 이일화 언니가 그런 부분을 많이 해소해줬다. 나 역시 다른 촬영장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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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사기꾼 역을 맡아 변신을 앞두고 있는 김선영.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제 김선영은 과거 20년보다는 앞으로 20년이 더 기대되는 배우로 우뚝 섰다. 현재는 임시완, 진구, 박병은, 이동휘 등과 함께 영화 ‘원라인’ 촬영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미 첫 미팅을 하고 번호를 따고 먼저 연락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면서 “선우 엄마와는 달리 지금같이 풀 메이크업을 한 내 모습을 보고 캐스팅 하셨다. 대출 사기꾼 역할인데 선우 엄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배우란 직업에 회의가 든 적은 있지만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라)미란 언니에게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니가 하고 싶데로 하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다. 내가 가져온 마음에 확신이 들면서 마음에 딱 왔다. 내 얼굴이 알려지고 오픈 것에 부담을 가지기 보다는 내가 가려는 길을 갈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도 하지만 올해는 꼭 다시 연극 무대에 일주일이라고 서고 싶다.”

hongsfil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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