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또 한번 '무한도전'식 토론이 펼쳐진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예능인들이 총출동한 '예능 총회'가 예고됐다. '예능 대부' 이경규부터 'MBC 연예대상 수상자' 김구라, 2015 예능판을 종횡무진한 김영철, 서장훈, 김숙, 윤정수 등이 2016 예능의 트렌드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연말정산 뒤끝공제' 특집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안겨준 바 있는 '무한도전'이 이번에는 '예능 총회'로 신년 특집을 꾸려 벌써부터 어떤 웃음을 안겨줄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듯 토론 포맷은 신년을 맞이해 한 해를 돌아보는 형식으로 꾸려지기도 했지만 사실 지난 2007년부터 웃음과 변화가 필요한 순간 적절하게 사용돼 왔다. 햇수로 11주년을 맞이한 '무한도전'의 대표 특집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토론 특집의 그 시작과 유쾌했던 순간들을 모아봤다.

▲ 토론 특집의 시초-'무한도전' 한류 가능한가(2007)
'무한도전' 토론 특집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지난 2007년 2월 24일 방송된 '100분 토론'은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을 패러디해 당시 한류열풍에 맞춰 '무한도전' 멤버들도 한류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는 진지한 토론이 아닌 속칭 '깽판' 논쟁을 벌여 시청자들로부터 웃음을 샀다. 한류 진출에 대해 박명수 정형돈은 반대, 정준하 하하 노홍철은 찬성했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멤버들은 주제와 상관없는 말로 서로를 공격했다.
박명수는 정준하를 향해 정체성 운운하며 '무한도전' 멤버가 될 자격이 없다며 호통쳤다. 하하는 토론 중에 화장실을 다녀오는가 하면 주장을 펼칠 생각은 않고 '무한재석교'를 외치며 유재석을 광신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노홍철은 자신은 한류스타가 가능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힘들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시민 논객으로 참여한 멤버들의 스타일리스트, 매니저들도 깨알 웃음을 선사했다. 토론 중 잠든 스타일리스트를 유재석이 깨우는가 하면 박명수 매니저 정실장은 연인에게 사랑 고백한 자신의 방송 분량을 편집한 걸 뒤늦게 항의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엉뚱한 진행과 흐름으로 자막으로 토론 마무리됐지만 이 특집은 '무한도전'의 새로운 웃음 포맷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 이런 게 바로 '정면돌파'-2010 연말정산 뒤끝공제(2011)
지난 2011년 1월 1일 방송된 '2010 연말정산 뒤끝공제' 특집은 201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됐던 이슈를 짚어가며 잘잘못을 따졌다. 진지한 토론 중에는 서로의 사소하고 치졸한 사건들을 폭로해 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웃음만 강조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당시 부각된 '무한도전 위기설'에 대한 진지하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내부적 정리와 비판은 물론, 시청연령층 분석과 외부 전문가 비평까지 더하며 흥미진진한 토론을 펼쳐나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은 '무한도전' 주시청자들이 꼽은 주제의 다양성과 참신성, 호흡, 도전 정신 등 장점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반면 비시청층이 꼽은 흥미 유발 부족, 식상함과 단순함 등 단점도 지적하며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짚고 넘어갔다. 더불어 아이유, 김희철, 만화가 강풀, 여운혁 PD, 김성원 작가 등은 제3자의 시점에서 '무한도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논하기도 했다. 패널들은 몇몇 단점은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 '무한도전'이 위기론을 언급할 정도는 아니라는데 동의했다.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에 대해 기존 방송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시청층 분석과 패널 토론 결합으로 웃음과 의미가 공존하는 토론이었다고 호평했다.

▲ 어쩌다 터뜨린 웃음 폭탄-'그 녀석' 노홍철 美 진출 찬반(2013)
지난 2013년 1월 1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싸이의 초대를 받아 뉴욕에 다녀온 노홍철의 미국 진출을 두고 '100분 토론'을 펼쳤다. 반대 정준하 정형돈 길, 그리고 찬성 박명수 하하로 나뉘어 찬반 토론을 이어갔다. 노홍철 스스로 자신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매우 높이 사면서 벌어진 토론이라 멤버들은 눈에 불을 켜고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먼저 정형돈과 길은 의사소통을 문제로 들었고, 정준하는 당시 '못친소' 특집 F1에 빛나는 노홍철의 외모를 지적했다. 박명수는 갑자기 자기도 해외 진출에 나서겠다고 말해 웃음을 전했고, 하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냥 미국으로 보내버리자고 지지했다. 여기에 미국 교포 출신 존박이 전화 연결로 노홍철의 미국 진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또한 얼떨결에 전화 연결된 이준 매니저 서빈수 씨의 삼행시로 뜻밖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도출된 결론은 ‘강남스타일’ 뮤비에 함께 출연했던 ‘옐로우가이’ 유재석이 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진출에 꿈이 부푼 노홍철은 그 어떤 의견에도 흔들리지 않고 현지 신문에 소개된 본인의 기사를 핏대 세워가며 자랑해 웃음을 줬다.

▲ 정치 풍자와 웃음 모두 잡았다-'선택 2014' 차세대 리더(2014)
지난 2014년 5월 17일 방송된 '선택 2014' 특집은 '무한도전' 10주년을 앞두고 현주소를 파악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위해 마련됐다. 10년을 향해 달려오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무한도전'은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를 뽑았다. 시청자가 직접 온·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리더를 선출했고 예상 밖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무한도전' 리더를 꿈꾸는 6명의 멤버들이 펼친 최종 토론회에서 시사평론가 정관용이 사회자로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정관용은 진지한 표정으로 사회자 역할에만 충실하던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 결국 웃음을 터트려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서 멤버들은 모두 캐릭터도 다르고, 공약도 달랐다. 그러나 추구하는 방향은 유재석을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가 같았다. 바로 높은 시청률을 약속한다는 것. 이와 반대로 유재석은 "우리 목표는 시청률이 아니고 웃음"이라고 강조했고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이어 멤버들의 나태한 태도를 꼬집으며 곤장 공약을 밝혔다. 박명수는 무조건 1인자 유재석을 겨냥하며 그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애썼고, 정형돈은 시청률 하락 방지, 정준하는 가벼운 웃음을 만들자는, 노홍철은 "시청자가 부모다"를 외치며 멤버들 가족 공개를 공약으로 내놨다. '선택 2014' 특집은 당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웃음뿐 아니라 국민들의 실제 선거에 대한 참여율을 높이고자 마련했다. 여기에 리더를 향한 멤버들의 각축전 속 우리의 정치 현실을 과감히 풍자해 역시 국민예능이라는 평을 받았다.
뉴미디어팀 신혜연기자 heilie@sportsseoul.com
사진=MBC 제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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