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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한국과 미국의 포스팅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박병호와 미네소타 계약 이후에 포스팅제도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다. 해외복귀시 신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진출의 방식과 사례, 포스팅 시스템의 불공정성, 그리고 개선된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 제도를 확인해 보았다. 해외에서 국내무대로 돌아오는 선수들의 다년계약 문제도 짚어본다.
◇해외진출의 두 가지 방식KBO리그 소속 선수가 해외진출을 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KBO리그에서 9시즌을 뛴 후에 해외로 나가는 것. 이때는 완전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다. 해외구단은 별도의 이적료 없이 해당 선수와 계약할 수 있다. 김현수가 볼티모어와 계약한 사례다. 포스팅 비용이 따로 발생하기 않아 박병호와 비교해 연봉 협상에서 이득을 봤다. 김현수는 국내 복귀시에도 FA신분이라 모든 구단과 계약이 가능하다. 둘째는 FA가 아닌 선수가 7시즌을 마친 뒤 소속구단의 동의하에 포스팅제도를 통해 이적하는 방법이다. 해외구단은 경매방식으로 입찰하고, 최고 응찰액을 써 낸 구단이 한달간 단독교섭권을 가진다. 그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연봉과 포스팅 금액 등 이중 비용을 지출한다.
◇포스팅으로 진출한 박병호박병호는 미네소타 구단과 5년간 최대 1800만달러(약 209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평균 연봉은 360만달러인데 당초 최소 500만달러에서 최대 1000만달러는 될 것이라는 예상과 비교하면 낮은 액수다.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4년간 1200만달러를 보장받고 5년째 구단이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구단이 계약을 연장하게 되면 650만달러를 받는다는 조건이다. 계약을 포기할 경우엔 바이아웃 비용 50만달러를 받는다. 보장된 4년 1200만달러는 평균연봉 300만달러다. 여기에 타석에 따른 인센티브가 매년 100만달러씩 따로 붙어있다. 지난해 강정호의 포스팅금액(500만달러) 및 연봉(4년1100만달러)과 비교하면 만족스런 수치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넥센은 곳간을 채웠고 박병호는 돈 보다 꿈을 선택했다.
◇FA로 해외진출한 김현수FA 김현수는 볼티모어 구단과 2년 700만달러에 계약했다. 1년 평균 연봉은 350만달러. 모두 보장 연봉이라고 본다면 미네소타에 포스팅을 거쳐 입단한 박병호의 보장 연봉 300만달러, 피츠버그의 강정호가 받는 순수보장연봉 275만달러 보다 많다. 완전 FA신분이기 때문에 연봉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이득을 봤다. 2013년 초 투수 윤석민(KIA)이 볼티모어에 입단할 때 보장액 3년 575만달러와 비교해도 좋은 대우다. 김현수가 연봉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는 포스팅금액이 없는 FA신분이기 때문. 기간면에서도 2년간 계약한 김현수는 최대 5년 계약인 박병호에 비해 유리하다.
◇박병호 계약은 포스팅제도의 불공평 강화 사례박병호는 평균 연봉 300만 달러 계약에 대해 “미국 진출은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라고 위안 삼을 것도 없이 만족한다. 돈을 바랐다면 한국에 남아서 더 많이 벌었겠지만, 미국에 나오기로 한 건 내 선택이다. 빅리그 진출에 크게 만족한다”며 돈보다 꿈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언론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폭스스포츠 켄 로젠탈 기자는 “박병호의 계약은 포스팅시스템의 불공평을 강화하는 사례다. 포스팅이 메이저리그 구단에게는 축복이지만, ML에 진출하려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시스템이 아니다.구단 선수에게 모두 이롭게 작용할 수 있게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포스팅 제도 하에서 단독 교섭권을 얻어낸 구단은 배짱 장사가 가능하다. 그 피해는 선수에게 돌아간다.
◇미네소타, 포스팅제도 잘 이용했다
포스팅을 통한 선수 세일은 구단에게 효과적인 수입원이다. 해당 선수는 조금더 빨리 해외진출을 할 수 있지만,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포스팅 제도에서 갑은 구단이고 선수는 을에 속한다. 최고 응찰액을 써내고 해당 선수에 대한 단독교섭권을 가진 구단이 만약 연봉을 후려친다면 어떻게 될까. 선수는 끌려갈 수밖에 없다. 양 측간의 계약이 틀어지면 그 선수는 KBO의 원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수가 메이저리그 문턱에서 진출 포기를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미네소타는 단독교섭권을 얻기 위해 포스팅비용에 더 무게를 두었고 결과적으로 박병호를 저렴한 연봉으로 잡았다. 박병호는 지난해 미네소타와 계약을 위해 미국 현지까지 날아갔지만, 계약이 불발되면 FA신분이 아니기에 넥센으로 돌아가서 뛰어야 했다. 미네소타가 그 허점을 파고들며 대어를 잡았다.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 제도일본은 2014년부터 선수협회 주도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제도를 수정해 최고 응찰액 상한선을 2000만달러로 정했다. 선수는 최고액을 적어낸 복수의 팀과 협상하게 제도를 바꿨다.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첫 수혜자로 포스팅 금액 2000만달러를 적어낸 복수의 팀과 협상한 끝에 7년 1억 5500만달러에 계약하며 연봉 2200만달러라는 초대박을 터뜨렸다. 미국와 일본의 포스팅제도는 많은 진통 끝에 개선되었는데, 그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구단에서 포스팅 금액으로 큰 출혈을 감내해야 하고, 선수입장에서는 포스팅 금액이 상승할수록 자신의 몸값이 떨어지는 현실에 불만이었다. 또한 우수 선수를 많이 보유한 일본측 개선요구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무시할 수 없었다.
◇포스팅제도 손질의 필요성 대두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박병호의 에이전트가 앨런 네로라서 저연봉 계약을 한게 아니라 강성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와도 큰 폭의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단이 총액 대비 ‘선포스팅 후연봉’의 전략을 세우고 나오면 에이전트가 사실 할 일은 없다는 판단이다. 박병호 사례에서 보듯, 현 포스팅 제도는 손질이 필요하다. 최고 응찰액을 써낸 팀에게 한 달간 독점교섭권을 주는 현행 조건에서 선택지가 늘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최고 응찰액과의 차이가 20% 내에 속한 팀이 있다면 그 구단에게도 협상권을 주는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다채널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몸값 흥정에도 유리하다. 구단도 크게 상관없다. 어차피 해야 하는 협상이고 구단 내에서 딱 쓸만큼 베팅을 할 것이다. 한미 포스팅 시스템을 개선할 시점이다.
◇박병호 복귀시 다년계약은 규정위반김태균은 2010~2011시즌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2012시즌 한화로 복귀한 이후 4년간 연봉 15억원, 총 60억원을 받았다. KBO 복귀 당시 FA신분이 아니었기에 다년 계약이 아닌 매년 계약을 갱신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뒤 지난 연말 한화와 4년간 84억원으로 첫 FA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김태균이 일본에서 돌아와서 변동없이 매년 15억원의 연봉으로 받자 일각에서는 다년계약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계약금 여부도 도마위에 올랐다. 만약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김태균은 FA신분이 아니지만 FA의 혜택을 누린 모양새다. 박병호가 포스팅으로 ML에 진출했다. 그가 미네소타와의 계약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다면 어떻게 계약을 맺을까. 다년계약은 규정위반이다. FA로 진출한 김현수도 다르지 않다. 해외진출 FA선수는 국내 복귀시 4시즌을 지나야 FA 자격을 다시 얻는다(KBO규약 제 164조).
포스팅 입찰에 실패한 롯데 손아섭 황재균처럼 많은 선수들이 해외진출을 노린다. 여기에는 더 높은 무대에 대한 희망과 국내 복귀시에 누릴 수 있는 금전적 효과가 상존한다. 성패를 떠나 대다수 선수들은 국내 유턴시 만족할만한 금전적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해외에서 국내 복귀시 불이익을 받는 선수들도 있다.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 곧바로 진출한 선수들이다. 프리미어12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투수 이대은이 KBO리그에 들어오려면 규약에 따라, 해외구단과의 계약 종료후 2년이 경과되고 드래프트를 통해 국내에서 뛸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또다른 불공평 사례라고 할 수있다. 이 역시 논의가 필요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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