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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반대했지만, 알고 보니 환상의 호흡이었죠.”(이파니)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성은)
‘섹시 스타’ 성은과 이파니가 봉만대 감독과 손을 잡았다. 성은은 세 번째 주연작, 이파니는 첫 스크린 주연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29일 개봉)는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에로 영화의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봉만대 감독과 성은, 이파니 외에 곽현화 등이 실명 그대로 출연해 속내는 물론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거침없이 풀어헤쳤다.
성은과 이파니는 “사실 서로가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고 할 때 반대했어요. 이유는? 섹시한 것은 나 하나로만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하지만, 함께 연기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상대방에 대해 더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고 배울 점도 많았죠”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섹시’ 코드의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은 경쟁자이자 조언자로 10여 년 넘게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 두 사람을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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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인제 ‘섹시’라는 것에 몸도 마음도 자유로워졌어요
성은은 섹시 이미지를 버리고 싶어 2005년 이후 스타화보 및 섹시한 이미지와 관련한 어떤 작품도 하지 않았다. 20대 시절 자신을 섹시하게만 바라보는 대중에 대한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연예계 활동을 위축시켰다.
봉만대 감독을 만난 것은 성은의 앞으로 활동은 물론 인간 성은을 바꿔버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 앞에 놓인 ‘섹시’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러우면서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감독님께선 제 자존심을 건드렸어요. 저의 10년간의 행보에 대한 지적질(?)이랄까? ‘니가 섹시한 걸 숨긴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어?’ ‘그럴 바에는 정면으로 나서는 게 좋지 않아?’라는 직설화법이 충격으로 다가왔죠. 저만큼이나 섹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신 분 중에 하나니까요. 결국에는 ‘니가 죄진 게 아니잖니…’라며 당당하고 떳떳하게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셨죠. 많은 것을 내려놨어요. 노출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떨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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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성은은 에로 배우로 살아온 얘기를 거침없이 몸으로 표현했다. 성은 외에 이파니, 곽현화 등 섹시 스타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촬영 전 심한 다이어트를 해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앞서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노출에 대한 정당성 및 배우로서 발전 가능성 있는 자신을 발견했기에 뿌듯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저도 다른 배우들에게 묻어가고 싶었어요. 하하. 하필이면 이파니에 곽현화까지… 이 조합 자체가 너무 B급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내 이름을 당당히 쓰고 내 꿈(연기)을 눈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에 만족감이 들어요. 이제는 정당화된 노출이라면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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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섹시’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움츠러들고 세상을 두려워했다면 30대인 지금은 ‘섹시’라는 타이틀에 대한 소중함과 자기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콘텐츠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시행착오를 다른 분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단순한 섹시 어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가수로도 활동했지만, 연기에 대한 미련도 못 버리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요. 사람들은 내게서 보고 싶은 섹시라는 것이 있는데, 전 자꾸 감추려고 하니까 외면당했던 것 같고요. 사실 저는 많은 분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섹시하지 않답니다. 하하. 선정적인 것을 이용하기 위해 섹시를 강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인제 어떻게 저를 표현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으니 배우 성은의 섹시를 다시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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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니, 밥벌이로 시작한 ‘섹시’였지만 이만큼 소중한 게 어디있을까요?
‘국내 최초 플레이보이 모델 1호’는 그에게 평생 따라 붙을 수식어다. 모델에서 배우로 겸업한 이파니는 “10년 째 ‘플레이보이 모델’ 꼬리표가 붙는데 이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고, 이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잖아요. 저는 굉장히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엄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여전히 완벽한 외모와 몸매를 과시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부담스러울 법한데 봉만대 감독의 작품에 선뜻 출연하게 된 것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함께 관객들에게 이파니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셋(성은, 곽현화,이파니)이 버라이어티를 했으면 대박이 났을 걸요? 서로 안 한다고 했지만 감독님께서 정말 잘 꼬셨고, 모두 잘 넘어갔고, 결과물이 좋아서 만족했요. 오히려 봉 감독님께서 노출을 만류하셨어요. ‘방송에 나와서 아픈 가족사 얘기하면서 많이 울었는데, 여기서까지 울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시댁과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첫 영화에 노출을 하지 말자’고 말리셨어요. 정말 감사했고, 그만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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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의 보호(?) 덕분에 이파니는 자신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면서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해냈다. 노출이 가족들에게 상처로 다가왔던 일이 많았던 것을 알고 있는 봉 감독은 “가족을 위해서 노출은 안 된다”고 했고, 이파니는 노출을 포기하는 대신 나머지 두 명의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연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타고난 끼는 어쩔 수 없었을까. 과감한 노출은 없었지만, 극 중에서 그는 모델 출신답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특별한 화보를 완성했다. 그만의 또 다른 노출의 표현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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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는 저에게 밥벌이이자 인생의 전환점이에요. 덕분에 좋은 음식도 먹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잖아요. 남들은 B급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직업으로 인해 돈도 벌고 이처럼 좋은 작품도 만나고요. 지금은 아이 둘의 엄마임에도 여전히 방송에 나가면 ‘섹시 스타’로 불러주는 것도 즐겁고 재미있어요.”
두 아이에 대한 애정도 빼놓지 않았다. 아들은 너무 빨리 성숙해버려 안타까울 때가 많고, 촬영장에서 백일을 보낸 딸은 힘들 때 기운을 솟게 하는 비타민 같은 존재다. “요즘 정말 행복해요. 든든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두 아이, 그리고 섹시미 충만한 배우 이파니로 살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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