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두진
안두진, 오렌지 스톤, 130.5x97cm, oil on canvas, 2013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구름같은 모양의 나무들이 늘어서있다. 알록달록한 풀이 가득한 바닥에는 정체불명의 오렌지색 돌이 놓여있다.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만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화면 가득 담겨있다. 서울 이화익갤러리에서 21일부터 9월 10일까지 열리는 안두진(38) 작가의 개인전 ‘오르트쿠름’에 걸린 ‘오렌지 스톤’의 풍경이다.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작가 안두진은 이번 전시에서 ‘오렌지 스톤’을 비롯해 ‘지평선’, ‘먹구름이 몰려오는 어느날’ 등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시도해왔던 실험적 작업 3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오르트구름’은 안두진의 작업적 철학이 담겨있는 용어다. 안두진은 ‘이미지’(Image)와 물질의 최소단위인 ‘쿼크’(Quark)를 조합한 ‘이마쿼크’(Imaguark)라는 용어를 만들어 자신의 작업적 조형이론으로 삼았다. 이는 이미지를 가장 작은 단위로 나눠 새로운 장르와 이미지를 재탄생시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시도다. 여기에 더해진 ‘오르트구름’은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최대한의 영역, 혜성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추론되고 있는 가상의 공간이다. 작가는 허구와 실재가 뒤섞인 공간의 의미로 오르트구룸을 제시했다.
안두진은 “오르트구름은 장주기 혜성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실험으로 증명됐지만 아직도 추론중인 가상의 공간이다. 이마쿼크가 완전히 허구라면 오르크구름은 허구와 실재가 뒤섞여있는 공간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새로운 실험들은 컨템포러러리 아트에 대한 회의에서 시작됐다.
“현대미술의 구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고 싶었다. 미술이 쉬울 수도 있지만 새롭게 작업해보고 싶었다”는 안두진은 “내 페인팅은 발생적 회화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해답을 찾는데 집중하다보니 대상을 재연한다기 보다 화면에서 발생한 회화”라고 말했다.
작가의 설명처럼 화면속에 보이는 나무, 구름, 돌 등은 어느 장소의 실재를 재연했다기 보다 이마쿼크를 통해 패턴처럼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쌓기, 나누기, 흘리기의 페인팅 기법들이 한 화면에서 충실하게 반복된다.
이미지의 최소 단위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찾는 다양한 실험들을 시도하고 있는 안두진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마쿼크에 대한 생각을 심화시키는 작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02)730-7817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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