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이대형 \'잘 안 풀리네\'
[스포츠서울] 6월까지 2할대 중반에 머물던 이대형의 타율이 어느덧 3할에 근접 해 있다.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라는 편견 속에 살아가지만, 이대형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선수 중 하나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저만의 타격 이론이랄까. 만들어 가는 과정이에요. 올해가 시험대죠.”

kt 이대형(32)이 어느덧 3할 타율을 바라보고 있다. 6월까지 75경기에서 296타수 77안타로 타율 0.260에 머물더니 7월 17경기에서 0.344로 반등에 성공했다. 달아오른 방망이는 8월들어 폭발했는데 지난 11일까지 44타수 20안타로 0.455까지 치솟았다.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서 시즌 타율을 0.297까지 끌어 올리며 2연속시즌 3할에 바짝 다가섰다.

KIA 시절인 2014년을 제외하면, 이대형이 3할 타율을 돌파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슈퍼소닉’으로 오빠부대를 몰고다니던 2007년 LG 소속으로 125경기에 출장해 139안타를 때려내며 0.308를 기록한 게 최고기록이었다. 매년 0.260대에 머물렀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타격폼에 문제가 있다”며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빠른발에 맞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교타자 유형인데, 타격할 때 골반이 일찍 열리고 오른발이 빨리 빠지는 나쁜 습관 때문에 타율을 끌어 올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타격 코치들은 “1루로 도망가는 타격을 하니 공과 배트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잡아 당기는 스윙으로 일관해 안타를 때려낼 확률이 줄어 들었다. 그정도 발이면, 3-유간으로 툭 건드려 놓고 달리면 내야안타를 뽑아낼 수 있을텐데, 참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만나는 타격코치마다 타격폼에 손을 대려했고, 이 때마다 혼란을 겪는 건 선수 본인이었다.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선수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게 아니라 ‘네 것은 틀렸어’라며 강요하기 일쑤였는데, 이 마저도 만나는 이마다 얘기가 다르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대형은 “조금 더 어릴 때 야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라면, 내 것을 일찍 찾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 전환점이 된 계기가 벤치 신세를 지던 2012년부터였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KIA로 팀을 옮길 때까지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는 “타격에 관해 찾을 수 있는 모든 동영상을 본 것 같다”며 웃었다. 다양한 영상을 보며 ‘좋은 타격’에 대한 이미지를 갖기 시작했고, 그간 그와 함께 한 타격코치들의 조언들을 골라 자기만의 타격이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대형
[스포츠서울] 이대형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타격폼을 갖고 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맞춤 옷’ 같은 타격폼을 장착한 뒤 최고의 시즌을 치러냈는데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한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그 결과가 지난해 KIA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타격폼이다. 이대형은 “남들은 어떻게 얘기를 하든, 나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게 가장 중요했다. 내 입장에서는 공을 올려다보면서 스윙 궤도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폼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아예 앉아서 쳐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게 현실에서 발현된 게 지금의 타격폼”이라고 말했다. 이상향과 거리가 먼 타격폼이지만, 이대형은 이 타격폼으로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3를 기록했다. 타율은 물론 지난해 때려낸 149안타와 2루타 15개, 3루타 9개 모두 생애 최고 성적. 그는 “한 해 반짝해서는 ‘완전히 내 것이 됐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시즌을 치르면서 그 안에서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때마다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한 시즌을 잘 치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또 미세한 변화를 주고, 도전에 나서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 만족할 만 한 결과가 나오면 ‘되겠다’는 확신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라는 이미지 때문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치열한 고민을 한 이대형은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며 스파이크끈을 질끈 묶는다. 세상의 편견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것도 실제로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형은 “어릴 때 야구를 파고 들었더라면 지금쯤 다른 선수가 돼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가끔한다”며 웃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일까. 임시주장 완장까지 찬 이대형은 ‘슈퍼소닉’과 ‘신생팀’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이를 악물고 달리고 또 달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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