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골댁(김성녀), 대근, 득보(김병희), 수국(임혜영)
뮤지컬 ‘아리랑’. 제공 | 신시컴퍼니

[스포츠서울]눈시울이 붉어진다. 눈 앞에서 어제 일 처럼 펼쳐지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 역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뮤지컬 ‘아리랑’(신시컴퍼니 제작.고선웅 연출)이 일제강점기의 우리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무대화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뮤지컬 ‘아리랑’은 당초 조정래 작가의 방대한 원작을 어떻게 2시간 남짓으로 축약할지, 고통의 근현대사라는 비극적 주제가 뮤지컬과 어떻게 결합될지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고선웅 연출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부터 1920년대까지 일제치하를 살아간 우리 민초들의 비극적 역사를 양반 출신 의병대장 송수익, 친일파 양치성, 일제에 유린당하는 소녀 수국과 그의 어머니 감골댁, 수국을 사랑하는 득보, 송수익을 사랑하는 옥비 등 6명의 삶을 중심으로 압축했다.

6명의 삶을 중심으로 일제의 만행과 고통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의 삶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음악, 무대, 연기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송수익(서범석)과 의병들이 함께 부르는 아리랑
뮤지컬 ‘아리랑’. 제공 | 신시컴퍼니

먼저 전통 판소리와 현대 음악이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진 음악이 인상적이다. 원작의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노래 가사에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한 시도가 돋보인다.

LED를 활용한 무대는 극의 배경을 밀도있게 재현해 내 볼거리를 더한다. 꽃잎이 흩날리거나 말이 객석까지 뛰어가는 장면 등은 생동감을 전해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다. 송수익 역의 안재욱은 이 뮤지컬로 배우로서의 기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나라를 잃은 의병대장의 고통을 생생하게 연기해 뭉클함을 전해준다. 수국 역의 윤공주는 아무 걱정없던 소녀에서 일제에 유린당하고 일제앞잡이의 아이를 낳는 고통의 연기를 혼신을 다해 열연한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양치성 역의 김우형, 감골댁 역의 김성녀도 돋보이는 노래와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옥비 역의 국립창극단 배우 이소연은 판소리와 민요로 극에 처연함을 더한다.

원작자인 조정래 작가도 뮤지컬 ‘아리랑’에 만족감을 표했다. 조 작가는 지난 16일 공연을 감상한뒤 스포츠서울에 “무대예술의 특성을 잘 살려서 압축해 역동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가족사 중심으로 엮으면서도 전체 독립운동사를 잘 다뤘고 살아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잘 표현했다. 음악도 탁월하고 배우들도 잘 연기했다. 작가로서 만족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9월 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6만~13만원. (02)2005-0114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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