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가로포스터
손님 제공|CJ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판타지 호러를 표방한 영화 ‘손님’(김광태 감독·유비유필름 제작)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림 형제의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얻은 ‘손님’은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 등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전쟁이 끝난 직후 전국을 떠돌며 아이를 키우는 악사 김우룡(류승룡)과 그의 아들 영남(구승현)이 지도에도 없는 한 산골 외진 마을에 우연히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촌장(이성민)을 중심으로 전쟁을 피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넉살좋은 이방인의 방문을 반기는 마음 반, 두려운 마음 반이다.

굳이 특정 종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많은 인간이 죄를 짓고 산다는 점을 생각하면 영화의 메시지는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영화는 “이 정도 쯤이야”, “살려면 어쩔 수 없었어”, “나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라고 합리화하며 약속을 어기고 ‘핑계’를 대는 사람들에게 칼을 들이댄다.

정보를 쥐고 대중을 기만하는 ‘권력’에 대한 조롱도 숨기지 않는다. 촌장은 우룡에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만한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영화는 지난해 촬영을 끝냈지만, 메르스에 대한 정부 대응 등 일련의 상황으로 ‘정보 공개’에 예민한 올해의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마을 사람들에게 정보를 숨기는 촌장 탓에 마을 사람들은 죄에 죄를 더한다. 하지만 꼭 촌장 때문이라고 할 것도 없다. 선량한 얼굴 뒤에 가려진 이기심은 결국 손님을 부른다. 영화 후반부 우룡이 저지르는 일은 끔찍하지만, 분노한 관객은 그의 심정에 동조하게 된다.

손님 천우희
영화 ‘손님’ 천우희 제공|CJ엔터테인먼트

감독의 메시지가 무엇인지도 알겠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도 알겠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은 아쉽다. 특히 전반부 1시간 정도는 이렇다할 사건 없이 후반부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치를 까는 시간으로 쓰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지루할 수 있다. ‘판타지 호러’를 표방한 만큼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의도는 알 만하나,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다. 짧은 동화 한 편으로 러닝타임 2시간의 영화를 구성하는 것이 다소 역부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 불쑥 삽입되는 실험적인 장면이나 느닷없는 유머가 기발해보일 수는 있지만 오히려 관객의 몰입을 깨는 측면도 있다.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인 ‘쥐’도 관객의 반응을 갈리게 할 만한 요소다. 초반에는 쥐가 등장하는 장면에 빠른 템포의 음악을 함께 쓰는 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장치도 있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눈을 가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이준은 물론 아역인 구승현의 연기도 모두 훌륭하다. ‘7번방의 선물’에서 아버지를 연기한 류승룡은 또다시 부성애로 눈물을 자아내면서도 ‘용구’와는 또다른 아버지를 선보인다. 이성민은 ‘오과장’을 연기한 적이 있었단 사실조차 잊게 할 정도로 냉혹한 촌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려움에 떠는 가녀린 여인이면서도 강렬한 마지막을 보여주는 미숙 역의 천우희 역시 충무로의 기대주답고,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순수하고 심지굳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준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한 촌장 아들 남수를 훌륭하게 소화해내 모두 변신이라 할 만하다.

약속과 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손님’은 오는 9일 개봉한다.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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