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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의 한국어 초연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오는 8월 25일 대장정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용인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을 거쳐 현재 서울에서 공연 중인 ‘레미제라블’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수준급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져 누적관객 22만명으로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월 열린 7회뮤지컬어워즈에서 ‘레미제라블’은 ‘올해의 뮤지컬상’, ‘남우주연상’ 정성화, ‘남우조연상’ 문종원, ‘여우신인상’ 박지연, ‘연출상’ 로렌스 코너, 제임스 파우웰 등을 배출하며 그 명성을 입증했다. ‘레미제라블’에서 짝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에포닌 역의 박지연을 블루스퀘어극장에서 만났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 사로잡는 에포닌
10개월의 장기공연이 서서히 마무리 되는 시점을 맞아 박지연은 “지금까지 아프지 않고 잘 해낸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남은 기간동안 아프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전부”라는 박지연은 “공연이 끝나면 지금까지 매일 만나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상실감이 무척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연에게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무척 특별한 작품이다. 27년만의 한국어 초연 무대에 선다는 것도 의미있지만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신인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신인상을 받고 무척 기분이 좋았다. 인생에서 한번밖에 받지 못하는 상이기 때문”이라는 박지연은 여우신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동료 배우들의 탄탄한 팀워크를 꼽았다.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이 모두 실력파다. 옆에서 연기하는 것을 지켜만 봐도 배우게 된다. 특히 코제트 역의 지수와 가장 친하다. 용인 공연때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면서 더욱 친해졌다. 지금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있어도 화음을 맞춰 노래할 수 있을 정도다.”
10개월을 에포닌으로 살았다. 장발장의 양녀 코제트와 친구이자 코제트의 남자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여자다. 이제는 일상의 매 순간마다 에포닌이 된 것같은 감정을 느낀다. 배가 고플 때도, 졸릴 때도, 피곤할 때도, 몸이 아플 때도 에포닌이 된 기분을 느낀다.
“에포닌은 가난한 여자다. 그래서 배가 고플 때면 에포닌도 이렇게 배가 고팠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면 연기가 더욱 잘되는 것을 느낀다. 에포닌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게 아쉽다.”
보다 더 에포닌처럼 보이기 위해 얼굴에 어두운 색깔의 분장을 하고 허름한 옷에 모자를 푹 눌러쓴다. 그런 까닭에 무대에서의 그녀를 본 사람들은 실제 박지연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실제보다 못나보이는 배역이 아쉽지는 않을까?
“내가 가진 음악적 성향이 길거리 소녀 에포닌과 잘맞는다. 코제트 역을 했으면 답답해 했을 것 같다. 사랑하는 마리우스 품에서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는 마법의 가루를 뿌리는 사람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박지연은 우연히 뮤지컬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살에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뮤지컬 ‘맘마미아’ 오디션을 보게 돼 예기치않게 주인공 소피 역을 맡아 뮤지컬계에 입성했다. 이후 뮤지컬 ‘미남이시네요’과 ‘레미제라블’을 통해 뮤지컬계의 무서운 신인으로 떠올랐다.
“뮤지컬 배우를 꿈꾼 적은 없었는데 ‘맘마미아’ 오디션을 계기로 뮤지컬 배우가 됐다. 타이밍이 잘 맞아서 그때부터 데굴데굴 잘 굴러왔다. 대부분 작품이 장기공연이어서 신인이지만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우연히 접어든 길이지만 이제는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을만큼 몰입하고 있다. “재미없으면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이제는 다른 길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배우 생활을 통해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뮤지컬 배우는 마법 가루를 뿌리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이 내 인생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줬다”라는 박지연이다.
‘레미제라블’이 끝나기도 전에 차기작을 결정지었다. 우리나라에는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유명한 뮤지컬 ‘고스트’의 주인공 몰리 역이다. 가수 아이비와 함께 캐스팅됐다. ‘레미제라블’ 공연이 없는 날에는 ‘고스트’에서 중요한 장면인 도자기 만드는 장면을 위해 물레 돌리기를 배우고 있다. 1분 40초 밖에 안되는 짧은 장면이지만 자연스럽게 흙을 만져야 하기 때문에 공방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조연이었는데 ‘고스트’에서는 주연이다. 때문에 주연으로 극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데 작품이 워낙 좋아서 기대감도 그만큼 크다.”
7월 한달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강행군을 했다. 그러나 강행군을 하면서도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다. ‘레미제라블’을 마치면 곧바로 ‘고스트’ 연습에 돌입할 예정이라 또다시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지만 자신 앞의 생이 자꾸 기다려지는 ‘진격’의 신인이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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