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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20년전 가요계에 ‘난데없이’ 등장한 삐삐밴드(이윤정, 달파란, 박현준)는 모든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룹사운드’라는 잘못된 표현 대신 ‘밴드’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들이 처음이었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방송에 나선 것도 , 머리를 염색하고 TV에 나선 팀도 이들이 처음이었다. 노래보다는 괴성에 가까운 이윤정의 자유분방한 보컬도, 노래 스타일과 가사도 파격이었다. 삐삐밴드의 후신인 삐삐롱스타킹(이윤정 대신 고구마가 보컬 참여)이 음악방송 중 카메라에 침을 뱉은 뒤 방송 출연정지를 당하기까지 그들이 보인 유쾌한 일탈과 반항의 이미지도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삐삐밴드는 최근 20주년 기념 앨범 ‘피피피비‘(pppb)를 내놓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삐삐밴드의 원년 멤버인 달파란, 박현준, 이윤정은 ‘피피피비’를 위해 18년 만에 재결합했다. 이들은 최근 취재진을 만나 18년 만에 뭉치게 된 소감을 전했다. 앨범 수록곡엔 삐삐밴드만의 자유분방함이 담겨있지만 ‘파격’을 강조하진 않았다. “장르를 계속 고집하면 그 장르의 마스터가 될 수 있지만 감옥처럼 그 장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 있잖아요. ”(달파란) “저는 ‘딸기’ 이미지에 오래 잡혀 있어서 20년간 제 이름보다 딸기에 얽힌 기억이 많아요. 많은 이들이 ‘딸기’의 파격이 저의 최고점, 최대치라 생각해서 다른 걸 시도하기가 힘들었어요.”(이윤정)
1995년 1집 ‘문화혁명’으로 데뷔한 삐삐밴드는 ‘안녕하세요’, ‘딸기’ 등의 곡으로 가요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1997년 3집 ‘바보버스’를 발표한 후 잠정적으로 해체했고, 멤버들은 각자의 활동을 이어갔다. 멤버들에게 해체의 이유를 묻자 “원래 계약을 3집까지만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달파란은 “이렇게 삐삐밴드를 평생 가지고 갈 생각은 안 했다”며 “3장이면 충분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해체 이후 달파란은 일렉트로닉 뮤지션과 영화음악 감독으로, 박현준은 밴드 모노톤즈의 멤버로 활동했다. 홍일점 이윤정은 스타일리스트를 하며 팀 EE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18년간 연락 한번 하지 않았던 이들을 다시 뭉치게 한 건 “20주년 기념으로 공연 한번 해보자”라는 전 매니저의 제안이었다.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인 세 멤버는 올해 1월부터 음반작업을 시작했다. 이윤정이 삐삐밴드 해체 이후 달파란, 박현준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금세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이번 앨범에 특별한 메시지는 없지만 저희가 나이 들면서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게 됐어요. 이번 EP는 음악적인 면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편안하게 해봤어요. 일단 우리를 모르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 모두에게 ‘반가워요’라고 명함 건내듯 편하게 인사를 하는 거예요.”(달파란) “여러 파격적인 것을 많이 했었죠. 우리를 따라하는 팀도 있었고요. 이번 앨범에서 그런 걸 보여주려 한 건 아니예요. 아직도 우리가 할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함께 하게 됐어요.”(박현준)
아직 공연 등 정해진 계획은 없다. 공연을 하려면 함께 모여 라이브 연습도 해야 하는데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공연을 해야 하는데 예전 곡들을 다 까먹었어요. 새로 연습을 해야 해요. 앞으로 정규 앨범 등도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직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더 나눠야 해요.”(달파란)
나름대로 90년대를 풍미했던 밴드인 이들은 MBC ‘무한도전-토토가’열풍을 어떻게 봤을까. “안 봤어요. 대중 엔터테이너로서 예전 추억을 떠올리는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팀은 음악하는 자세, 음악 자체의 재미를 추구하는 팀이라 추억을 회상하는 마인드와는 안 맞는 것 같아요. 평생 할 거면 음악으로 계속 가야지, 한때의 유행을 회상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아요.”(달파란) “원래 90년대에도 우리는 아웃사이더였어요. 거기 끼고 싶어도 안끼워줄 걸요.”(이윤정)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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