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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근사한 칼을 들고 번쩍이는 철갑옷을 입은 왕자만 공주(公主)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에겐 왕자(Prince)라 하면, 올해 만 66세가 된 48년생 쥐띠 영국의 찰스 윈저 황태자가 가장 익숙하니 그가 갑옷을 입은 것을 상상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뭔가 심심하고 출출한 이들이라면 지금 공주(公州)를 찾아가면 딱 좋다. 충청남도의 교육·문화 중심지 공주는 백제의 옛 도읍으로서, 과거 충남도청 소재지로서 넉넉한 품격을 지닌 곳이다. 교육도시라 유학생과 이주민도 많아 다양한 입맛이 모여들어 맛있는 음식문화를 이뤘다. 다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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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제 교통도 좋아졌다. 십여년 전 수도권으로부터 공주까지 고속도로(천안~논산 간)가 뚫리더니 이젠 고속열차까지 개통했다. 서울에서 한시간이면 공주까지 닿는다. 아! 체중관리 대책에 구멍이 뚫리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휴가철을 앞둔 6월, 무더위에 대비해 몸과 마음을 채우는 식도락 여행지로 딱이다. 여기에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후보에 오른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등이 있으니 눈도 즐겁다. 사실 맛난 것 먹고 좋은 것 보고 오면 그게 최고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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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외로워?, 아니 배불러
충남 공주시는 ‘맛’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럭저럭 먹을만하다는 곳이 아니고 진짜 다양하고 맛난 먹거리가 소리소문없이 인기를 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주시는 지난 2008년부터 ‘공주맛집 100선’을 선정해왔다. 전문가들이 3단계에 걸친 엄격한 심사를 통해 공주 향토맛집을 선정했다. 향토 맛집이다보니 아무리 인기가 좋더라도 프랜차이즈 업체는 제외했다. 또 위생이나 불량식자재 사용 등의 이유로 1년 이내 행정 처분을 받은 음식점은 뺀다. 공주시는 ‘맛집’을 늘리기 보다 오히려 엄밀한 기준을 대서 줄여가는 정책을 폈다. 현재는 ‘향토맛집’의 이름으로 73집이 남았다. ‘인증’이 있으면 일단 믿고 즐길만 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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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고 맛좋은 분식=먼저 칼국수. 대전 만해도 ‘공주’가 붙은 칼국수집이 많다. 공주 칼국수는 푸짐하고 시원하기로 소문났다. 전국 칼국수집의 메이저리그다.
칼국수가 인기를 끈 데에는 아무래도 학생들의 영향이 컸다. 공주에는 좋은 학교가 많았던 터라 지방에서 유학온 학생도 많았다. 호주머니(오스트레일리아 화폐가 아니다) 사정이 가벼웠던 이들이 즐겨먹었던 것이 바로 칼국수.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출출한 학생들이 머릴 파묻고 후루룩 먹던 값싸고 푸짐한 국수는 이제 공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공주식 칼국수는 보기만해도 매운 붉은 국물도 있고 뽀얀 국물도 있다. 또 그릇에 담아서도 내고 전골식으로도 먹는다.
공주 시내 유가네칼국수는 복어에 바지락 등 갖은 해물로 낸 육수, 그리고 쫄깃한 면발을 자랑하는 집이다. 식사 때에 맞춰 들리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041)856-1053. 신관동 용궁칼국수 샤브샤브는 국수전골식으로 먹는 집이다. 해물에다 애호박 등 채소를 많이 넣어 샤브샤브처럼 맛볼 수 있다. 육질이 존득한 수육도 맛이 좋아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곁들여 먹는다.(041) 메이저리그에 잘치는 타자, 좀 던진다는 투수가 가득하듯 공주에는 이외에도 잘 한다는 칼국수집이 수두룩하다. 초가집 (041)856-7997. 고가네 (041)856-6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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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분식 등 주전부리도 즐겼다. 그래서 유명해진 것이 바로 산성시장 ‘간식집’의 잡채만두다. 직접 빚은 두툼한 만두를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바싹 지져 내면 고추장 소스에 찍어먹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보들한 것이 보기에도 입맛을 당긴다.(041)85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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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공주에서 유명한 밤으로 만든 밤빵도 맛이 좋다. 고소한 밤을 갈아 튜브에 넣고 만주(일본에서 만두모양 과자를 이르는 말)모양으로 짜내서 만든다. 부드럽고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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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에는 보양식=공주 한옥마을 근처에는 유명한 금강온천이 있다. 그리고 또 여름철 더위를 이겨낼 보양식도 수두룩하다.
시내 소학장수촌은 누룽지백숙으로 유명하다. 먼저 백숙이 등장한다. 요염한 자세로 속살을 드러낸 닭이 접시에 누웠는데 그맛이 아주 출중하다. 찰떡같이 차지고 고소하며 촉촉하다. 씹을 때마다 이를 튕겨내지만 또 꿀떡 잘도 넘어간다. 먹고나면 닭국물에 누룽지를 담아준다. 싱싱한 겉절이를 곁들이면 위장 속에 쌀 서말 닷 되가 가득차도 더 먹을 수 있다. (041)853-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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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보양식의 대중스타라면 민물장어는 그보다 한수 위다. 왠지 집 값이 비쌀 듯한 반포면에 장어로 유명한 집들이 많다. 강변 언덕에 위치한 어씨네 본가는 장어구이로 소문난 집이다. 아나콘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구렁이만한 장어를 석쇠에 초벌해 숯불 화로 째 내온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장어를 한판 먹고나면 더위 쯤은 두렵지 않다. 양념도 좋고 소금구이도 맛있다. (041)852-7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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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가는 길’은 역시 갑사로 가는 길목(마암리)에 있다. 통나무 집 카페같은 분위기의 이 곳도 장어를 잘한다는 집이다. 하지만 참게매운탕이 단연 으뜸이다. 살이 투실투실한 참게를 딱지 채 넣고 칼칼한 듯 시원하게 끓여낸 국물은 도저히 못참게 만든다.(041)853-1300.
이팝에 고깃국이라 국밥 한 그릇도 몸을 보한다. 소고기와 대파를 넣고 시원하게 푹 끓여낸 새이학가든의 국밥은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학가든에서 갈라져 나왔다. 전국에서 모여든 길손들이 공주의 국밥을 맛보고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공주국밥’이라고 불린다.(041)855-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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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차린 웰빙 식탁=공주는 산(계룡산)도 물(금강)도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식재료는 당연히 몸을 쉬어갈 때 좋을 듯 보인다. ‘엄마의 식탁’은 쌀 등 기본 식재료부터 정갈하게 차려낸, 갖은 찬 하나하나가 웰빙 식단의 개념이다. 우엉밥정식과 연잎밥정식 등을 차려낸다. 우엉밥은 채썬 우엉을 넣고 즉석으로 지어낸 밥의 향이 참 좋다. 연잎밥은 현미와 찹쌀을 섞어 깨끗한 연잎에 싸서 쪄낸 밥이다. 시원한 열무 샐러드와 감자 등 반찬은 더달래서 몰래 싸가고 싶을 정도로 탐스럽다. 아! 상호가 ‘엄마의 식탁’이라도 설겆이는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041)881-8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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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차 등 전통차와 시원한 오미자 등을 즐기며 꽃을 바라보고 몸과 마음을 쉬어 가기 좋은 찻집도 웰빙 라이프의 기본이다. 상신계곡 근처 하신마을에 있는 담꽃은 너른 마당에 가득 피어난 꽃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방송사에서 촬영장소로도 찾는 집이다. 대추차는 진하고 달아 더위에 지친 몸을 대번에 ‘꼬들꼬들’하게 만들어 준다. (041)855-7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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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풍광 좋기로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 하는데 어찌 여름이라고 좋지 않을까. 마곡사 초입의 산채정식집도 좋다. 갖은 산나물을 일일히 데치고 주물러 한상 가득 차려낸다. 여기다 시래기를 듬뿍 넣은 청국장, 공주밤을 넣어 지져낸 파전에 시원한 밤막걸리까지 맛본다면 금상첨화. 바람처럼 구름처럼 (041)841-9994. 늘푸른솔가든(041)841-3438. 태화식당(041)841-8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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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앞 고마나루돌쌈밥은 맛집이 많은 공주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 과연 명불허전이라 맛좋고 푸짐한 밥상을 차려낸다. 주물럭꽃쌈밥은 매콤하게 양념한 돼지주물럭 불고기를 돌판에 구워 다양한 산채와 채소에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돌솥에 지어낸 밥도 좋고 생선과 장아찌, 젓갈 등 한상 가득 차려나온 반찬도 어느 하나 젓가락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 건강에 좋은 쌈채소를 한가득 곁들이니 그야마로 웰빙식단이다. (041)857-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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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이 좋아=언젠가부터 짬뽕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개별 여행자들로부터 인기는 확고하다. 공주 시내 동해원은 네티즌과 블로거들이 ‘전국구 짬뽕’으로 꼽은 곳이다. 진하고 강한 고깃국물에 면을 말아낸다.(041)852-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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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역주민으로부터 인기가 높은 곳은 계룡면 장순루다. 화교가 운영하는 곳으로 탕수육과 짬뽕이 가장 인기다. 건물이나 간판은 새것처럼 보이지만 한 자리에서 40년 째 영업을 해온 노포다. 재료가 일찍 떨어지니 저녁엔 아예 영업하지 않을 때가 많다. 혀가 얼얼해지고 땀이 주루룩 흐르는 고추짬뽕은 젓가락을 놓자마자 다시 생각나는 ‘마약 짬뽕’이다.
정통 방식으로 센 불에 볶아낸 배추와 목이, 양파를 넣은 맑은 소스를 끼얹은 탕수육도 맛이 좋다. 뒷다리살이 촉촉하고 두툼하다. 소스를 부어놓아도 한참동안 튀김옷이 바삭하니 이게 모두 불의 힘이다.(041)857-3498.
공주 4대 짬뽕이라면 여기다 시내 진흥각과 의당면 청운식당을 더한다. 모두 우열을 가리기에 힘들다는 평이다. 진흥각 (041)855-4458 청운식당(041)853-8314.
공주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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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초읽기에 들어간 공산성은 땀흘리지 않고 성곽을 따라 가볍게 한바퀴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백제의 도읍인 공주 웅진성의 옛성곽에 조선시대 다시 돌담을 둘렀다. 잘 맞추면 금강에 두둥실 떠오른 ‘백제의 달밤’을 즐길 수도 있다.
지금 계절 중 가장 푸른 빛을 내고 있는 계룡산국립공원도 꼭 들러봐야 한다. 여러 방향이 있는데 가장 많은 이들이 몰리는 곳은 동학사(방포면)다. 비구니 도량인 동학사는 화려하지 않은 대신 고즈넉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낸다. 송산리 고분군 내 무령왕릉은 자녀의 역사 교육터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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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찾기 좋은 상신계곡과 하신계곡은 계룡산이 품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시원하게 탁족을 즐기며 여름철 한때를 즐기기에 딱이다. 청벽이라 불리기도 하는 창벽은 금강의 S자 물길(사행천)에 석양까지 눈에 담을 수 있는 곳. 가파르긴 하지만 20분 쯤 쉬엄쉬엄 오르면 커다란 바위 위 촬영포인트가 나온다.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좋아 사진가들이 몰린다.
공원같은 미술관 입림미술관과 갑사 역시 ‘공주의 미모’를 뽐내는 곳이다. 통일신라 화엄종 10대 사찰 갑사는 여러 보물급 문화재도 있지만, 절집 아래 갑사구곡은 경치가 국보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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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곳=공주 한옥마을(http://hanok.gongju.go.kr)은 가족·연인이 묵기에 아주 좋다. 2∼6인실, 단체실 등 방 종류도 다양하다. 2인실 5만∼7만원, 3인실 13만∼15만원, 4∼5인실 10만∼12만원이다. 홈페이지에서 공주사이버시민으로 가입하면 약 30% 할인받을 수 있다.(041)840-8900
●각종 연락처=공주문화관광(http://tour.gongju.go.kr), 국립공주박물관(http://gongju.museum.go.kr), 석장리박물관(www.sjnmuseum.go.kr), 공주시청 문화관광과(041)840-8089, 공산성 안내소(041)856-7700.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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