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배기량 3000㏄ 이상 4000㏄ 미만 모델의 존재감이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한때 수입차 시장의 대명사로서 당당하게 한축을 담당하던 3000㏄~4000㏄ 모델의 판매량이 신통치 못하다. 차체에서부터 존재감을 과시하던 3000㏄~4000㏄ 급 모델의 판매 하락세는 기술의 발전과 시장 구조의 변화에 따른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공룡과도 같던 3000㏄~4000㏄ 모델은 과연 멸종할 것인가.
◇‘큰 형님의 차’ 얼마나 줄었나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배기량 3000cc~4000㏄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8% 감소했다. 배기량 기준으로 유일하게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어든 차급이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같은 기간 9.7%에서 올해 6.3%로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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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급은 2008년 수입차 시장에서 30%의 점유율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2009년 24.49%, 2010년 21.66%, 2011년 20.37%으로 비중이 줄어들더니 2012년에는 20%대가 깨지며 14.15%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10%대마저 무너져 8.1%로 주저앉았다. 6년 동안 엄청난 퇴보다. 수입차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세와 수입차를 대변하던 화려했던 과거를 고려하면 최근의 하락세는 더욱 커보인다.
◇시장 감소의 이유는?
이처럼 3000㏄ 이상 4000㏄ 미만 시장이 감소하고 있는 데에는 다양한 배경이 있다. 우선 기술의 발전이다. 출력 등을 유지하기 위해 고배기량 엔진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배기량 엔진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터보 차저 등을 장착해 오히려 기존보다 동력 성능을 강화해 이를 적용하는 추세다. 바로 세계적인 흐름으로 꼽히는 엔진 다운사이징이다. 차체 경량화와 더불어 엔진 다운사이징은 동력 성능 효율화의 가장 큰 축이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모델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표적이다. 전기모터가 동력 성능을 일정부문을 담당하기 때문에 굳이 높은 배기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렉서스의 ES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10년 4월 ‘ES350’는 199대가 판매돼 4월 렉서스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5년 뒤인 지난 4월의 경우 52대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판매량은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가 메꿨다. 같은 달 ‘ES300h’은 370대가 판매돼 렉서스 최다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적인 소비 패턴의 변화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과거와 달리 수입차 시장에서도 합리적인 소비 경향을 보이는 구매자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배기량 2000㏄ 미만의 판매 비중은 50%를 웃돈다.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 차량을 선택하기 보다는 구매자의 기호에 따라 구매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틈새 모델은 사라질 것인가
최근과 같은 판매 추세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3000㏄ 이상 4000㏄ 미만 시장에 대해 “일종의 틈새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차와 프리미엄차급으로 양극화되고 있는 가운데 3000㏄ 이상 4000㏄ 미만 시장의 입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그랜저’ 3.3 모델을 단종하고 배기량 3342㏄ 엔진을 탑재한 ‘아슬란’을 선보였으나 기대에 못미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차량의 상품성을 떠나 ‘아슬란’의 성장에는 틈새 시장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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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차 중심으로 본다면 3000㏄ 이상 4000㏄ 미만 시장은 낙관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르쉐 등 슈퍼카 브랜드를 중심으로 아직도 3000㏄ 이상 시장은 건재하다. 연비 등 경제적인 효율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데다가 다운사이징 엔진으로는 브랜드 고유의 주행감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실익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임홍규기자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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