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무뢰한' 전도연-김남길, 드레스도 블랙으로 통일
영화 ‘무뢰한’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칸의 여왕’과 ‘칸의 신생아’가 만났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신생아’ 김남길이 주연한 영화 ‘무뢰한’(오승욱 감독·사나이픽처스 제작)이 제 68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받았다. 벌써 네 번째로 칸 영화제를 찾은 전도연(김혜경 역)은 “가도 가도 새로운 것이 있다”며 설렘을 드러냈고, 김남길은 “막 뛰어다니면 옆 사람이 다 배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로 호흡을 맞추고, 칸까지 동행했던 두 사람이 스포츠서울과 각각 만나 나눈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전도연은 벌써 네 번째, 김남길은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 다녀왔다. 피곤하지 않나.
전도연
: 링거까지 맞았어요. 시차적응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갔는데도 생각보다 춥기도 하고 그래서 좀 피곤하더라고요. 네 번째 가니 편하지 않냐는데 늘상 그렇지가 않아요. 제가 초청받는 부문이 늘 달라서 갈 때마다 죽을 것 같이 떨리고 부담스러워요.

김남길: 전 처음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고 다녀온 것 같아요. 그래도 막 여기저기 뛰어다니면 다들 유명배우라 재미있었어요(웃음).

전도연
영화 ‘무뢰한’ 의 배우 전도연.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칸의 여왕 전도연’이라는 수식어, 너무 무겁지 않나.
전도연
: 왜 부담스럽지 않겠어요. 그래도 같이 갈 수 밖에 없는 수식어 같아요. 처음에는 이걸 넘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컸어요. 하지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상징적이기도 하잖아요. 칸 영화제는 감사하게도 자기들로 봐선 전도연이라는 신인배우를 영화 ‘밀양’으로 시작해 지켜봐준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 가능성을 주는 것이 너무 감사하죠. 자극도 많이 받고, 다녀오면 뭔가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도 되더라고요.

김남길: 도연누나는 매해 가시지만, 저는 처음이라 3박 5일에 뭔가를 느꼈다고 하기는 좀 그래요. 그런데 도연 누나를 보면 자꾸 오는데도 자극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런 대단한 배우도 자극받는데,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도 했어요. 칸에 다녀오나 어딜 다녀오나 김남길로 그 전에 했던 걸 열심히 하고 싶어요. 오직 연기하는데 몰두해서 또 초청받으면 그때쯤 “음, 난 처음 아냐”라고 한번 해볼까요?(웃음)

-칸 영화제 참석을 위해 출국할 당시 공항패션이 화제가 됐는데.
전도연
: 사진보다는 실물이 나았어요. 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사진보고…(웃음) 어느 순간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꾸미고, 그런 부분들이 부담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진찍는 게 좀 부담스러워지기도 했는데, 칸영화제는 좋은 일로 나서는 건데 애써 피하는 게 우습기도 하고…그래서 그냥 그렇게 섰어요.

김남길: 그거 누나 실제 모습이에요. 누나 원래 그러고 다니거든요(웃음). 저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이 제 유니폼인데, 그렇게 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그래도 처음인데 그건 좀 아니라고 해서 좀 차려입고 갔어요.

김남길
영화 ‘무뢰한’의 배우 김남길.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칸의 신생아’라는 말로 김남길이 화제가 됐다.
김남길
: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웃음)우연찮게 얘기한 부분로이 별명이 생겨서. 칸영화제는 세계적으로 영화인들의 축제잖아요. 그 안에 있으니까 좋기도 하고, 부산 영화제를 외국에서 하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오승욱 감독의 15년만의 영화다. 두 사람이 ‘무뢰한’을 택한 이유는.
전도연
: 하기 좀 힘든 상황이긴 했어요. ‘협녀’와 ‘남과 여’ 사이여서 좀 무거운 캐릭터를 하면 지칠 것 같기도 했고요. 그런데 너무 오래 고민하면서 오승욱 감독의 15년만의 작품에 제가 암초가 된 것 같았어요(웃음). 그리고 느와르 속에 멜로가 있는 시나리오가 너무 매력적이었고요.

김남길: 이정재 선배가 하기로 했던 작품이라 부담스럽지 않냐고 하는데, 저희 고사지낼 때 오신 정재 선배에게 “선배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선배의 열매를 좀 나눠달라”고 했어요. 이정재 선배가 부상으로 하차하신다는 기사를 보는데 ‘무뢰한’이라는 제목이 확 박히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 좀 구해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봤어요.

-‘무뢰한’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전도연
: 제가 많이 받쳐줘서 김남길 씨가 그만큼 한 거예요(웃음). 농담이고요. 김남길씨나 (영화 ‘남과 여’를 함께 한)공유씨가 제 캐릭터가 되게 재미있대요. 같이 코믹한 작품을 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김남길: 저도 현장이 막 힘든 것보다 밝은 걸 좋아하는 편이라 막 신나게 떠들다가 도연 누나에게 많이 혼났어요.(웃음) 유일하게 마지막 장면 촬영할 때는 저도 웃음이 안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이런 복잡한 감정이 잘 표현될까’ 고민하면서 결말에 임했던 것 같아요. 누나는 저보고 오승욱 감독님이랑 똑같대요. ‘똑같이 여자를 모른다’고요. 저 안 그런데?

전도연: 얘 진짜 여자 몰라요. 우리 감독님도 정말 여자 모르시는데(웃음)…그래서 극중 제 역할인 혜경의 감정이나 이런 부분은 제가 좀 참여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영화 속 김혜경은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바쳤던 여자면서, 정재곤(김남길)을 만나면서 여자로서 자기 모습을 알아가는 역할이었거든요. 사랑 이야기는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전도연
영화 ‘무뢰한’의 배우 전도연.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두 사람 모두 사연있고, 무거운 캐릭터를 많이 하게 됐는데 밝은 작품에 대한 욕심은.
전도연
: 정말 하고 싶어요. 제가 좀 부담스러운 여배우가 된 느낌도 있어요. 영화에서 선택의 폭이 좁다면 드라마에서라도 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네요. 오죽하면 “블랙코미디라도 좀 하고 싶다”고 했는데 감독님들이 다들 알았다고 하시고 시나리오는 안 쓰시더라고요(웃음).

김남길: 발랄하고 가벼운 걸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죠. 오락영화에 맞는 연기가 쉬운 건 아닌데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오락영화를 하면 시선이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그런 것도 달라져야 배우의 스펙트럼을 넓힐 만한 다양성이 나오는 거 같아요.

김남길
영화 ‘무뢰한’의 배우 김남길.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로 칸영화제 초청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도 냈는데, 관객들이 ‘무뢰한’을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전도연
: 영화가 장르적으로 조금 나눠지기는 하지만 사랑은 장르와 상관이 없잖아요.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느낀 건 그냥 사랑에 관한 것인데 보고 싶고, 하고 싶고, 편할 수 있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내면의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투박하게 표현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김남길: 지난해 ‘해적’을 찍고 뭔가 성장했다는 느낌으로 만난 영화가 ‘무뢰한’이었어요. 그래서 좋았는데 찍고 나서 보니, 성장을 한 게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요즘은 이제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괜히 신생아가 아니었나봐요(웃음).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