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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뭬~야?!”를 SBS ‘여인천하’의 유행어로 만들었던 배우 도지원이 얼마전 종영한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스스로 패러디하며 그동안 떨쳐내지 못하던 체증을 풀었다.
도지원은 “그동안 ‘뭬야’를 기피했다. 내가 배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대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꼬리표가 돼 한동안 그걸 떨쳐내려고 굉장한 시기를 보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그 대사를 하고 보니 뭔가 내려놓고 빠져나온 느낌이다. 하기 전에는 얼굴이 완전히 굳었고, 음 높낮이도 너무 어색했다. 그런데 하고 나니 반응이 너무 좋았다. 내가 풀어야할 숙제를 여기서 풀었구나 싶다. 내가 완전히 털어내고 이제는 다른 걸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대사를 앞두고 (김인영) 작가가 문자를 보냈는데, 다른 부분은 이렇게 저렇게 하면된다고 하면서 그 부분은 ‘뭬야 같은 느낌으로 해주세요’ 하더라. 그런데 사실 그게 ‘뭬야’로 해달라는 말씀이지 않나”라며 ‘뭬야’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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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밝히며 극중 엄마로 등장한 김혜자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김혜자 선생님은 내 나이를 모르시다가 어느날 내 나이가 화제가 된 날 나를 조용히 부르시더니 소근소근 말씀하시더라. ‘네가 나이가 그렇게 됐냐. 지금까지 네가 산 모습이 보인다. 혼자서 가지고 있었던 마음들이 어떤 건지 알겠다. 네 나이에 그런 마음을 갖고 그런 모습을 갖는 사람이 없다. 그건 정말 큰 장점이니까 잃지 말고 살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그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아, 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 내 나름대로 지켜온 인생관이 헛되지 않았구나’ 했다. 정말 기쁘면서 앞으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어떻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어떤 인생관으로 살았길래 홀로 외로이 걸어온 듯 말하는 것일까. 항상 단정하고 조신한 자태를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격을 짐작케 하는 그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그냥 도지원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여인천하’를 했더니, 그게 또 기로가 됐다.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다보니 그 캐릭터로 굳어지겠더라. 제의를 받아도 비슷한 것만 들어왔다. 하지만 ‘당장이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다고 그걸 선택하면 한계에 부딪칠 것 같았다. 그래서 쉬기도 하고 영화도 했다. 버려진 시간이 많았다. 좋은 시기에 허송세월도 하고 침체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KBS1 ‘웃어라 동해야’에서 (지체장애가 있는) 안나 역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MBC ‘황금무지개’로 좀더 감성을 표출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의 완결판이 됐다. 커리어우먼의 도도함과 동시에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 손창민 선배와의 로맨스까지 다양한 걸 다 보여줬다”면서 인생관 대신 소신있게 자신이 뜻한 대로 걸어온 연기인생을 조근조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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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는 듯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자신을 잘 몰라 캐릭터가 한정됐다고 말하면서도 도지원은 “안 그래도 소속사 대표도 예능으로 나를 더 보여주면 좋지 않겠냐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예능을 다큐로 만드는 재능이 있다. 말주변이 없으니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 “좀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면 좀더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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