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 결승
12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벤투스. 캡처 | 유벤투스 페이스북


한때 세계 축구를 주름잡다가 몰락의 길을 걸었던 이탈리아 세리에A가 다시 빅리그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한 유벤투스가 12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안착했다. 1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4~20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지난 7일 홈 1차전에서 2-1 신승한 유벤투스는 1, 2차전 합계 점수 3-2로 레알 마드리드를 누르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02~2003시즌 이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는 유벤투스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따돌린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내달 7일 독일 베를린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나폴리, 피오렌티나가 4강에 오르는 데 이어 세리에 A ‘1강’ 유벤투스의 선전으로 이탈리아 축구가 다시금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1990년 UEFA 리그 랭킹에서 1위를 달린 세리에 A는 최근 잉글랜드 스페인은 물론 독일 포르투갈에도 밀리는 등 추락의 길을 걸었다. 심판매수에 의한 승부조작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수비 지향적인 축구를 버리지 못해 현대 축구 흐름에도 동떨어진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팬들도 하나둘씩 돌아섰고, 리그 상품성도 예전 같지 않아 명문 구단도 운영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월 파르마가 파산을 선언,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되는 등 일부 팀의 어려운 재정 환경은 단골 소재가 됐다. 그런 가운데 유벤투스를 축으로 이탈리아 클럽의 선전은 리그 부활의 촉매제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리그 득점 선두인 카를로스 테베스(유벤투스)의 득점이 20골에 불과할 정도로 타 리그보다 공격적인 재미는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이탈리아 수비 축구, 2경기 연속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알바로 모라타처럼 세리에A에서 부활하는 스타 선수들이 재조명받는 건 호재다.

특히 유벤투스는 지난 2006년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으나 승부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승점을 몰수, 최하위인 20위로 이동해 2부로 강등된 적이 있다. 이후 다시 세리에A로 승격했고, 9년 만에 유럽 정상에 도전하는 스토리를 쓰게 됐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클럽인 바르셀로나를 제압한다면 유벤투스를 넘어 이탈리아 세리에A 전체의 경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경기가 열리는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온은 9년 전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이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를 누르고 월드컵 통산 4회 우승을 거머쥔 곳이다. 유벤투스가 이탈리아 축구의 새 역사를 쓴 장소에서 어떠한 결과물을 얻게 될지 관심사다.

그럼에도 축구는 오로지 성적만으로 평가받는 건 아니다. 아직도 세리에A에 도사리는 승부조작 루머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요구된다. 또 세계 축구 흐름을 거부하는 수비 지향적인 전술이 리그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 명문 구단 자체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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