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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엄마’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을까? 영화 ‘차이나타운’(한준희 감독·폴룩스픽쳐스 제작)은 ‘엄마’를 새롭게 정의한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차이나타운’은 여성의 느와르다. 차이나타운 전체를 장악한 ‘엄마’ 김혜수가 있고, ‘엄마’에게 팔려온 일영(김고은)이 극을 이끌어가는 두 축이다.
영화는 전형적이다. 어떤 공간을 장악한 ‘보스’와 그 뒤를 이을 ‘후계자’가 있으며, 보스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닮은 후계자를 이해가 안되리 만큼 아낀다는 스토리는 어디선가 본 듯하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를 여성이 이끌어간 것이 드물다는 점에서 영화의 가치는 상당하다. 특히 김혜수와 김고은은 그간 유난히도 여성성, 특히 ‘노출’이라는 단어와 깊은 연관을 가져온 배우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을 기대할 수 없다. 남성 관객들에게 아쉬운 소식일지 모르지만, 여배우가 노출 외에도 보여줄 수 있는 걸 만들었다는 점이 영화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느와르영화라고 해서 감독이 여성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여성성이 노출로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듯 감독은 새로운 ‘모성애’로 새 느와르를 시도했다.김혜수가 ‘비정한 애정’이라고 말한 ‘엄마’의 감정은 극중 ‘치도’의 말대로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김혜수는 “비주얼의 변신을 위한 분장이 아니라 엄마의 삶이 응축된 분장을 원했다”고 말했고, 실제 ‘어딘가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엄마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엄마’와 ‘차이나타운’을 떠나서 살아갈 수 없는 일영 역인 김고은의 연기는 ‘엄마’의 후계자로서 차이나타운에 있을 때보다 자신을 흔드는 남자 박보검과 있을 때 더 힘을 발휘한다. ‘차이나타운’ 속에서는 제일 강한 척하지만, 그보다 일상적인, 차이나타운 밖 공간에서는 오히려 어색해하는 일영의 모습은 그에게 ‘차이나타운’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준다.
영화 속 새 얼굴들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 하다. 낮은 목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우곤 역의 엄태구, 지능이 모자라지만, 실행력은 무서운 홍주, 핑크색 생머리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쏭 역의 이수경의 연기는 기둥 줄거리 외에도 볼거리를 안긴다. 특히 한때 ‘엄마 새끼’였던 고경표는 희극 연기에서 벗어나 비열한 치도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32살의 젊은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감각적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연출을 보여준다. 여성의 느와르가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한 감정을 잘 조율한다. 한준희 감독은 ‘싸이코메트리’ 각본가로 영화를 시작해 ‘차이나타운’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했고, 첫 장편영화로 ‘칸 영화제-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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