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영화배우 김우빈
영화 ‘스물’의 배우 김우빈 .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영화 ‘스물’이 배우 김우빈(26)의 스타성과 더불어 발랄하고 발칙한 이야기가 입소문 나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물’에서 김우빈은 진로를 못 찾고 방황하는, 요즘 말로 ‘잉여’생활을 하는 스무살 치호를 그렸다. 스무살에 모델로 데뷔해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온 그가 치호와 맞닿은 면이 얼마나 되길래 그렇게 잘 그려냈을까. 실제로는 치호와 전혀 다르게 산듯 해도 김우빈은 “내가 생각할 때는 여러 옷들 중에서는 제일 잘 맞아서 ‘이 옷 어때요’ 하고 보여드리려는 캐릭터인 거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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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물’. 제공|N.E.W


◇중1때 모델 꿈 결정, 부모님 지지 덕분에 방황없어

극중 스무살 치호는 대학에도 안 가고, 뭘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 채 온통 여자 생각 뿐이다. 집에서 멍하니 누워만 있어서 아버지의 울화통을 터뜨리고, 용돈을 끊겠다는 아버지에 말에 큰 키에 안 어울리게 칭얼대며 “용돈을 달라”고 우긴다. 이에 김우빈은 “철부지였다. 찌질하기도 하고”라며 말문을 열었지만 이내 “치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기 나름대로 경험하고 고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촬영 내내 즐거웠다”고 치호를 이해하듯 말했다.

그럼 김우빈이 치호와 닮은 점이 있을까. 그는 “밝은 느낌, 친구들과 장난칠 때의 느낌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점이 훨씬 많았다. “나는 스무살에 그렇게 가고 싶었던 모델학과에 가면서 그때 가장 열심히 공부했다. 데뷔도 스무살에 해서 학교 생활을 병행하면서 바쁘게 지냈다. 하고자 하는 게 확실히 정해진 상태여서 좀더 거기에 대해 집중하고 한가지 노력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미팅을 한 번도 못한 것은 물론이고, 대학 때 그 흔한 술자리에도 거의 참석을 안했단다. “연습실 빌려서 연습하고, 기숙사에서 마음맞는 친구들과 과제 같이 하는 게 재밌고 행복했다”며 “그렇다고 내가 한 게 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치호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각자 나름의 삶에서 각자의 경험을 한 것”이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일찌감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찾은 건 행운일텐데, 김우빈은 “지금 생각해보면 막연하게 중1때 모델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그걸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신 덕분이다. 만약에 부모님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했으면 그냥 공부했을 것이다. 부모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해 역시나 치호와는 영 다른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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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물’의 배우 김우빈.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내 연애 얘기는 안하지만, 친구들과 아지트는 있죠
극중 치호는 친구들과 욕설 섞인 말투로 우정을 확인하고, 온갖 연애담을 공유한다. 그런 면에서도 김우빈과는 접점이 없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내 연애사에 대해 잘 얘기 안한다”고 강조하면서 “어린 시절에도 ‘나 여자 친구 생겼다’, ‘데이트했다’ 등등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걸 안 좋아했다. 얘기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그런 얘기를 자랑처럼 하는 애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 기억들로 이번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또, 극중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등 친구들끼리 하는 적나라한 대화 수위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얘기하진 않는다. 친구들도 마음 속으로는 다 알고 있을지 몰라도 그걸 다 표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말했다. 극중 치호가 친구들과 늘상 들락거리는 소소반점 같은 아지트가 있는 것은 그래도 비슷했다. 김우빈은 “지금도 친구들과 가는 아지트가 있다. 소소반점 같은 느낌은 아니고 그냥 작은 맥주집이다. 테이블 4~5개에 사장님 한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내가 데뷔하기 전부터 다녔다. 데뷔 전에 미리 사인을 받아놓으셨는데, 지금 가서 그걸 보면 기분이 묘하다”며 웃었다.

[SS포토]영화배우 김우빈
영화 ‘스물’의 배우 김우빈. 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미팅에 대한 환상 있어도 이젠 순수한 마음으로 못할듯
별 다른 아쉬움 없이 꿈을 찾아왔기 때문에 다시 스무살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을 물어도 별달리 떠오르는 게 없는 김우빈이지만, 그래도 굳이 꼽자면 “다시 돌아가면 미팅을 꼭 하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중고등학교 때 예능프로에 미팅 관련이 많았다. 그래서 환상이 있었는데, 막상 대학교 가서는 바쁘게 살고 데뷔하다보니 미팅을 못했다. 그래서 아쉽다. 그거 말고는 경험을 많이 한 편이라 못해본 게 뭔지 떠오르지 않는다. ”

유명 스타가 돼 여럿이 만나는 미팅은 어려울지 몰라도 소개팅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소개팅도 아직 못해봤다는 김우빈은 “지금은 해도 그때의 순수한 마음으로는 못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럼 지금은 스스로 순수하지 않다고 여기는걸까. 그는 “아무래도 그럴거 같다. 세상이 나를 다르게 만들었다”면서 “책임감을 가지게 했고, 그래서 좀더 조심하려고 하고 더 신중하게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게 꼭 나쁜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진중한 김우빈은 이제는 서른을 바라보며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는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배우의 기준을 찾고 있고, 선배님들한테 배우면서 뭔지 알아가고 있다. 100가지쯤 알게 되면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은데, 작품 하나 할 때마다 하나씩 배우는 것 같으니 매년 2~3작품씩 해도 50년은 걸릴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또 “서른이 얼마 안남아서 어떤 그림을 그리기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래도 뭐든 서두르진 않으려고 한다. 일부러 지름길로 빨리 가고 싶진 않고 내 앞에 장애물만 넘어서 천천히 가고 싶다. 그 물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선배님들이 계시는 바다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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