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선수들 “스타벅스 가야지~”
광주일고 벤치 격분
배재고 공식 사과 “재발 방지 최선”
‘왜 문제가 되는지’ 알아야 한다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고교야구 무대에서 상대를 조롱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나왔다. 조롱의 내용도 분노를 자아낸다. 철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잘못이 아닌 것은 아니다. 문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학생들이 알고 있느냐는 점이다.
29일 목동구장에서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와 광주일고 경기가 열렸다. 경기 후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나왔다. 배재고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하는 응원가를 부른 것. 율동까지 섞었다. "탱크데이"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광주일고 벤치가 격분했다. 코치가 경기 도중 그라운드로 나와 “스타벅스를 왜 가 XX들아”라며 크게 소리쳤다. 심판이 즉각 말렸으나,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18일이다. 스타벅스에서 텀블러 이벤트를 시작했다. '탱크 텀블러'라 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다. 뭔가 묘하다. '노렸나?' 싶다. 해당 이벤트 문구 중에 ‘책상에 탁!’도 걸린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후폭풍이 거셌다.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일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했다. 한 달여 흘러 갑자기 야구장에서 이 논란이 재점화했다.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일고 선수단 보는 앞에서 조롱 섞인 응원을 했다.

배재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깊은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학교는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썼다. 30일 오전 10시30분 현재 배재고 홈페이지는 마비 상태다.
선수 한 명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상대 팀을 존중하지 못하는 경솔한 행동을 했다"며 "도를 넘은 행동으로 야구의 가치를 훼손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 불쾌함을 느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상대를 '긁을' 의도였다면, 120% 적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10대 어린 선수들이 일종의 '밈'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를 제지하지 못한 감독과 코치 잘못도 아주 크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잘못을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 말로 하는 폭력도 폭력이다. 아직 학생이니 '학폭'이다. 의심하자면 끝이 없으나, '재수 없이 걸렸다. 사과하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애들이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아직 성인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경기장에서 상대와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고, 기싸움도 할 수 있다. 그것도 '선'이 있는 법이다. 그 선을 넘으면 문제가 된다. 아예 그 선을 '모르면' 더 큰 문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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