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아는 맛인데 또 찾게 된다. 나영석 PD의 예능이 가진 가장 무서운 힘이다.

여행, 음식, 노동, 절친들의 케미스트리. 나영석표 예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자칫 ‘자기복제’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조건이지만, 그는 익숙한 재료에 플랫폼, 공간, 출연자의 조합을 살짝 비트는 ‘변주’를 통해 기어코 새로운 판을 만들어낸다.

최근 그가 선보이고 있는 세 개의 프로그램은 이 영리한 변주의 정수를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랫폼 자체를 예능의 무대로 삼은 시도다. 유튜브 ‘채널십오야’에서 공개된 ‘2026 제1회 유튜브 심포지엄’은 형식상 토론회지만, 실질적으로는 유튜브 생태계를 해부하는 고단수 예능이다.

나 PD는 더 이상 유튜브를 TV 예능의 홍보 창구로 쓰지 않는다. 침착맨과 함께 강민경, 곽범, 빠니보틀 등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구독자 수, 알고리즘의 선택, 유튜버의 정체성 같은 현실적이고 민감한 주제를 웃음으로 치환한다. 전문 크리에이터와 연예인 유튜버가 뒤섞인 테이블에서 발생하는 위계와 묘한 긴장감은 그 자체로 완벽한 리얼리티 예능이 된다.

넷플릭스 새 예능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는 낯선 공간을 변주했다. 카더가든, 데이식스 도운 등 평소 등산과 거리가 먼 이들을 한겨울 설산으로 밀어 넣는다.

등산은 예능 소재로 다루기 까다롭다. 과정은 단조롭고 고생은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나 PD는 산의 정상(목적지)이 아닌, 설산 앞에서 흔들리고 투덜거리는 출연자들의 ‘버팀’에 앵글을 맞춘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가 주는 스트레스 속에서 피어나는 날 것의 감정과 연대감. 여기서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을 벌거벗기는 장치일 뿐이다.

반면, tvN ‘콩콩팜팜’은 새로움 대신 ‘익숙함의 재배치’를 택했다. 전작 ‘콩콩팥팥’에서 밭을 일구던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를 이번엔 제주도 젖소 목장으로 보냈다.

이들의 관계성은 이미 시청자에게 친숙하다. 나 PD는 이 뻔한 찐친 조합을 흩뜨리는 대신, 노동의 강도와 환경을 바꿔버린다. 흙을 만지던 이들이 축사를 청소하고 젖소와 씨름하는 낯선 상황에 부딪힐 때, 시청자는 이미 알고 있는 얼굴들의 새로운 리액션을 즐기게 된다.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1위를 꿰찬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나영석의 예능은 반복과 변주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한다. 룰을 거창하게 뒤엎는 대신 “이번엔 누구를 마주 앉힐까”, “어떤 노동을 시킬까”라는 작은 질문의 변화로 서사를 바꾼다.

플랫폼이 변하고 무대가 달라져도 결국 그의 카메라가 향하는 중심에는 ‘사람의 반응’이 있다. 우리가 그의 익숙한 마법에 매번 기꺼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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