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KG그룹이 중고차 1위 플랫폼 '케이카(K Car)' 인수를 공식화하며 강력한 중장기 밸류업 로드맵을 꺼내 들었다. 시장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대목은 단연 케이카 인수 방식과 이를 통한 모빌리티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완성이다. 외형적 확장에 그치지 않고 철저한 재무적 계산과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노린 KG그룹의 영리한 계산법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카의 사업 구조를 볼 때 가장 직접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는 완성차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다. 그러나 5,5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한앤코) 지분 매각 거래에서 실질적인 인수 주체로 나선 곳은 KG모빌리티가 아닌 철강 계열사 KG스틸이다. 이는 본업 투자 부담이 크고 부채비율이 136.7%에 달하는 KG모빌리티의 재무적 한계를 고려한 '투트랙 전략'이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케이카 인수 주체를 KG스틸로 정한 것은 사업 시너지와 별개로 재무 부담과 투자 성격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KG모빌리티는 앞으로도 투자할 곳이 굉장히 많은 회사이며 에쿼티 투자를 단행한 뒤 배당을 받아서 수익을 올릴 만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KG스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수익성이 나오고 재무적 안정성이 있는 회사"라며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가진 계열사가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합리적임을 피력했다.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지분 투자에 따른 재무 리스크는 KG스틸이 흡수하고, 비즈니스 시너지는 KG모빌리티가 누리는 형태가 완성됐다. KG모빌리티는 자체 서비스센터망을 케이카의 인증중고차 정비에 제공하여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케이카의 렌터카 및 법인리스 영업망을 통해 신차 판매를 촉진하는 '윈윈(Win-Win)' 생태계를 자금 부담 없이 구축하게 된다. 곽 회장은 "KGM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지만 내수 판매량이 적어 사업성에 한계가 있다"고 짚으며, "케이카와 함께 하면 KGM 차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로 중고차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러한 케이카 인수는 단순한 내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도약과 그룹 전체 비즈니스를 하나로 꿰뚫는 핵심 퍼즐이다. 곽 회장은 "케이카를 활용해 세계적인 플랫폼화를 만들고 싶다"며, "현재 중고차 시장은 단순 수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매입과 판매를 같이 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차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로써 신차 제조(KG모빌리티)부터 중고차 유통(케이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금융 및 결제(KG이니시스·KG파이낸셜)로 이어지는 고객 생애주기 전반의 '풀 밸류체인'이 국내 유일하게 완성된다.

공격적인 M&A와 함께 KG그룹이 내세운 또 다른 축은 '기업가치 정상화'다. 곽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대비 주식 시장에서 현저히 과소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된 '승계를 위한 의도적 주가 누르기 의혹'에 대해 "자식을 위해 그렇게까지 희생하고 싶지 않다"며 "주가와 상속을 연관 짓지 않으며, 이는 40년 넘는 경영자의 자존심을 떨어뜨리는 얘기"라고 강력히 선을 그었다.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들(곽정현 사장)이 상속세를 얼마나 낼지는 관심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KG그룹은 향후 5년간 그룹 상장사 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명문화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새롭게 합류할 케이카 역시 이 주주환원 정책의 대상에 포함된다.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외에도 각 핵심 계열사들의 미래 청사진 역시 구체화됐다. KG모빌리티는 2030년까지 친환경차 7종을 출시해 연 20만 대 판매 및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오는 8월 사우디아라비아 양산과 9월 베트남 생산 시스템 가동 계획을 공개했다. KG스틸은 업계 최초로 에이전틱 AI 기반의 스마트팩토리를 선제적으로 구축한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KG케미칼과 KG에코솔루션이 각각 탱크터미널 투자와 바이오연료 생산 증설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했으며, KG이니시스와 KG파이낸셜은 글로벌 역직구와 B2B 선정산 사업을 앞세워 디지털 금융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KG그룹의 이번 중장기 전략 발표는 그동안 위기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며 덩치를 키워온 과거를 넘어, 내재적 가치와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실행 중심의 경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선언이다. 확실한 캐시카우 연계와 강력한 주주 친화 정책을 동시에 꺼내든 곽재선 회장의 승부수가 자본시장의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지 주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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