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초연부터 ‘개근’…단역에서 주연으로!

‘같지’ 인물·‘다른’ 해석…이 또한 찰떡같이 해내는 ‘천의 얼굴’

회전문 관객은 물론 해외팬까지 끌어모은 인기

6월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서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뮤지컬 ‘팬레터’는 아니다. 물론 상황과 관계(배우)는 10년 전과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관객들에게 사무치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10주년 기념 공연에 이어 현재 앵콜 공연까지, 변함없이 무대 중심에 서 있는 배우가 있다. ‘팬레터 역사’라는 수식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이규형(42)이 그 주인공이다.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김유정, 이상 등 당대 문인들의 모임 ‘구인회’의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팩션 뮤지컬이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작가 지망생 ‘정세훈’, 비밀에 싸인 작가 ‘히카루’ 간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뜨겁게 불타는 사랑과 열정을 그린다.

극 중 이규형은 당대 최고의 천재 소설가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붙잡으며 마지막 소설을 완성하는 ‘해진’ 역을 2016년 초연부터 2026 오연 앵콜까지, 단 한 번의 결석 없이 10년을 함께하고 있다.

◇ 신원호 연출 마음 훔쳐…180도 다른 인물 동시 흡수

이규형의 10년 전을 되돌아보면 스펙타클(spectacle)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눈부신 미래를 건설할 계기를 마련한 해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영화 ‘신라의 달밤’의 ‘고등학생 1’로 데뷔한 이규형은 이후 대학로에서는 알아주는 배우로 성장했다. 하지만 꾸준히 출연한 영화·드라마에서는 단역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6년, 운명처럼 ‘팬레터’를 만났다. 제작사 관계자가 “당시에도 그랬지만, 작품을 향한 이규형의 애정이 남다르다”라며 엄지를 치켜올릴 정도로, 그는 그때도 지금도 무대 위에서 모든 에너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의 탄탄하고 섬세한 서사가 대형 드라마의 연출 마음을 훔쳤다.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로 스타 감독으로 불리는 신원호 PD였다. 이규형은 “신원호 감독님께서 ‘팬레터’를 보시고 ‘슬기로운 감빵생활’ 오디션에 불러주셨다”라고 새로운 시작의 문이 열렸던 시기를 소개했다.

이규형이 ‘팬레터’와 ‘슬기로운 깜빵생활’에서 각각 맡은 인물의 성격은 정반대를 넘어, 상상조차 못 할 극과 극의 캐릭터다. 물론 배우는 역할에 따라 변화무쌍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 이를 동시에 해냈다.

이렇게 그는 ‘해진’으로, 또 ‘해롱이’로 활약하며 올라운더 스타 반열에 합류했다. 그는 “사실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 시기가 참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나름대로 나에게는 참 의미 있는 작품이고, 연기할 때 스스로 정말 재미를 느끼는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아직 관람 전이라고요? 해외 관광객 필수 코스인데?

이규형은 인기는 공연장에서 실감할 수 있다. 한국 관객은 물론 해외팬들이 그의 공연일에 맞춰 공연장을 찾고 있다. 그의 무대를 관람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을 찾을 정도다. 특히 대만 관객 대부분은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생활’과 ‘비밀의 숲’을 통해 이규형의 팬이 됐다고 한다.

이듬해 이규형은 ‘팬레터’ 대만 공연을 위해 현지 관객들을 만났다. 당시 공연한 대만 국립오페라하우스의 2000여석은 이틀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한국이 아닌 해외 공연장의 객석이 가득 찬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는 이규형은 “이번 시즌에도 많이들 보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관계자와 매체 감독·작가들도 모두 좋은 작품평을 남겨줬다. 작품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규형은 ‘팬레터’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대해 “한 분야를 10년 넘게 파면 전문가 또는 장인 반열에 올라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작품이 관객들에게 잘 녹아들어 가서 대중성까지 가져갈 수 있는 작품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가진 자의 포효는 더욱 우렁찼다. 이규형은 “아직 작품을 못 본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라이선스 또는 롱런한 작품을 많이 봐주듯, ‘팬레터’도 그에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수출되고 있는 작품인 만큼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공연장을 찾아주셨으면 한다”라고 초대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자부심으로 꼽히는 ‘팬레터’ 10주년 기념 앵콜 공연은 오는 6월7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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