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 대신 현지의 고유한 문화와 독창적인 공간 경험을 중시하는 ‘경험형 럭셔리(Experiential Luxury)’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가 새로운 글로벌 프리미엄 장거리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특히 단순히 관광객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객 한 명이 현지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대폭 커지며 관광 산업의 구조 자체가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모로코 관광부가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모로코를 찾은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43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3월 한 달간은 160만 명이 방문해 전년 동월 대비 18%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앞서 2025년 연간 방문객은 198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당초 2026년 목표치였던 성과를 1년 앞당겨 조기 달성한 바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관광 수입의 폭발적인 증가 속도다. 올해 1분기 모로코의 관광 외화 수입은 310억 디르함(약 31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4%나 증가했다. 방문객 수 증가율(7%)과 비교하면 수입 증가 속도가 무려 3배 이상 빠른 셈이다. 모로코 관광부는 대대적인 관광 상품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현지 체류 기간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1인당 지출액이 눈에 띄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럭셔리 여행의 패러다임 변화로 해석한다. 획일적인 글로벌 브랜드 호텔 투숙에서 벗어나, 모로코 고유의 건축 양식과 미식, 웰니스를 온전히 체험하려는 수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 관광도시 마라케시(Marrakesh)에서는 현지 전통 가옥을 감각적으로 개조한 부티크 숙소 ‘리야드(Riad)’가 스파, 파인 다이닝, 루프톱 바 등을 결합해 프리미엄 여행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한 푸른 골목으로 SNS를 장악한 북부 산악지대 셰프샤우엔(Chefchaouen)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사하라 사막(Sahara Desert)에서는 요가, 스파, 로컬 다이닝을 연계한 최고급 프리미엄 캠프 스테이와 글램핑 상품이 체류형 여행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모로코의 성장 잠재력을 알아본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의 투자도 가속화됐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Hilton)은 최근 라바트에 최고급 브랜드인 ‘왈도프 아스토리아’ 1호점을 개관한 데 이어, 오는 2026년 내에 라바트와 카사블랑카에 추가 브랜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힐튼은 향후 7개 브랜드에 걸쳐 15개의 신규 호텔을 추가로 오픈해 모로코 내 운영 객실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크리스 나세타 힐튼 CEO는 모로코가 자사의 글로벌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부상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모로코가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2030 FIFA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 선정되면서 교통 및 관광 인프라 확충에도 탄력이 붙었다. 모로코 국가관광개발청(SMIT)은 향후 4년간 2만5000개의 호텔 객실을 시장에 추가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2030년까지 연간 관광객 2,6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성장에 힘입어 2025년 기준 모로코 관광업 직접 고용 인원은 89만4000명으로 증가해 고용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다. 국제금융공사(IFC) 역시 모로코 관광산업의 장기 로드맵 개발을 위한 컨설팅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파팀-자흐라 아모르 모로코 관광부 장관은 “앞으로도 관광 경험의 다변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추진해 모로코를 세계적인 지속 가능 관광 거점으로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wsj011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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