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결국 이 이야기는 바보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예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는 세기말의 불안과 공포 속 그 시대를 살아가던 어딘가 어설픈 바보들의 이야기다.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은 반드시 정의롭고 희생적이어야 한다는 공식 앞에서 ‘원더풀스’는 서툴고 지질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구하게 되는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히어로물로 완성됐다.

바보들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작품 속 배경인 1999년엔 실제로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이 세상을 뒤덮었다. 21세기가 오기 전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출처 불분명한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그 공포를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유인식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해성시에 진짜 재앙을 가져오는 건 결국 종말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왜곡된 믿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불안이 빌런들의 계획에 좋은 숙주가 되고, 동시에 모지리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요즘은 이상한 일을 겪으면 바로 SNS에 올리지 않냐. 이 작품은 사람들이 ‘쟤 또 헛소리한다’고 넘길 수 있는 시대여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 감독의 오랜 로망이었던 ‘초능력물’이 더해졌다. 유 감독은 “어릴 때 SF나 어드벤처 장르를 정말 좋아했다.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못 일어날 정도였다”며 “그때는 제가 연출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돌이켜보면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작품들이 다 그런 장르였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에는 박은빈의 존재가 컸다. 두 사람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다시 의기투합했다. 촬영 당시 차기작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원더풀스’ 이야기가 나왔고, 은채니 역에 박은빈이 합류하게 됐다.

유 감독은 “제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박은빈은 은근히 망가지는 걸 즐기는 배우”라며 “이정현의 ‘와’ 춤도 본인이 직접 제안했다. 완전히 내려놓고 뛰어드는 모습이 정말 좋더라”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작품 곳곳에는 선배 히어로물에 대한 애정 어린 오마주도 숨어 있다. 극 초반과 후반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패러디 장면이 등장하고, 7·8회 부제 역시 ‘가디언즈 오브 해성시’로 구성됐다. 운정(차은우 분)의 안경은 ‘슈퍼맨’ 클락 켄트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가오갤’도 결국 어설픈 사람들이 우주를 구하는 이야기잖아요. 그 흥겨운 바이브가 참 좋았어요. 저희만의 방식으로 존경심을 담고 싶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초능력 SF물은 여전히 쉽지 않은 장르다. 흥행 사례 역시 제한적이다. 유 감독은 “한국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는 정말 빠르다. 트렌드에 맞춰 준비해도 막상 공개될 때쯤이면 흐름이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중요한 건 ‘이걸 정말 만들고 싶은가’인 것 같다. 이 작품도 2020년부터 준비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건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개 직전 불거진 차은우의 세금 논란도 언급됐다. 작품 공개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지만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작품의 완성도를 지키는 것이었다.

“당연히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웠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엔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제가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건 결국 작품의 완성도였어요. 의도했던 방향대로 잘 완성해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사히 작품을 지켜냈다. 덕분에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즌2 가능성도 꿈꿀 수 있게 됐다.

“처음부터 시즌2를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결말은 조금 열어뒀어요. 분더킨더들에게 일어난 일이 모지리 4인에게도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실험실에서 탈출한 아이들 이야기도 아직 남아 있고요.”

끝으로 유 감독은 “이 작품은 바보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예요. 조금 바꿔 말하면, 결국 세상을 구하는 건 바보들이라고 생각해요. 화려한 논리보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풀스’들이 자기 안의 용기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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