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중심 진입” 박찬욱의 품격…최광희 “영화제는 올림픽 아니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박찬욱 감독의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선임은 분명 한국 영화사에서 상징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그 의미를 국가주의적으로 소비하는 시선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 레드카펫이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렸다.

이날 레드카펫에는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도 등장했다. 특유의 여유와 함께 포토타임에 나선 그는 ‘깐느박’에 걸맞은 미소를 보였다.

박찬욱 감독은 올해 한국인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개막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더 이상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되었다. 그 결과 제가 심사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불과 20년 전만 해도 한국 영화는 가끔 소개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중심 자체가 확장되면서 더 다양한 나라의 영화들이 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렇다고 해서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농담 섞인 말을 던지며 심사위원장으로서의 균형감도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의 심사위원장 선임은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으로 칸과 오랜 관계를 이어온 결과물이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한국 감독이 세계 영화계에서 구축한 위상에 동의하면서도 박찬욱 감독의 심사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국내 언론의 반응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 평론가는 “국내 언론은 한치의 오차 없이 국뽕적 보도를 하고 있다”며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영화와 영화인은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밀 쿠스트리차가 심사위원장을 했다고 세르비아 영화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말하지 않는다. 제인 캠피언, 왕가위, 난니 모레티도 마찬가지”라며 “그들은 조국의 영광을 위해 심사위원장이 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보편적 통찰로 평가받는 예술가들”이라고 강조했다.

또 “왜 여전히 해외 무대에 선 예술인들에게 태극기를 붙이지 못해 안달인가. 자랑스러워하는 건 자유지만, 언론이 국가주의적으로 소비하는 건 유치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 본인 역시 영화와 국가를 단순 연결짓는 접근보다는 영화 예술의 확장을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의 중심 자체가 넓어졌다”고 표현하며 한국 영화만의 승리 서사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호프’는 비무장지대 호포항 출장소장이 호랑이 출현 소식을 접하며 믿기 힘든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 영화 경쟁 부문 진출은 약 4년 만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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