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20년 만에 다시 열린 런웨이는 여전히 완벽하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반가운 얼굴들과 화려한 패션으로 추억을 자극하지만 정작 전편이 남겼던 성장의 깊이까지 되살려내진 못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20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후속편에선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다시 패션 매거진 업계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의 재회를 그린다.

영화는 위기에 빠진 패션 매거진 ‘런웨이’로 돌아온 앤디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20년 만의 재회를 앞둔 앤디는 감격하지만 정작 미란다는 앤디를 기억하지 못한다. 감동적인 재회를 기대한 관객들에겐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는 오히려 미란다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앤디와 미란다를 필두로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캐릭터들은 반갑다. 미란다는 아직도 독설을 쏟아내고, 앤디는 여전히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들의 곁에는 나이젤(스탠리 투치 분)이 있고,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도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다. 관객은 이들을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 시절 런웨이를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시대 변화에 맞춰 달라진 지점들도 흥미롭다. 전편 속 미란다는 독설과 갑질을 거리낌 없이 내뱉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달라졌다. 더 이상 누군가의 폭압적인 리더십을 참지 않는다.

영화는 이런 변화를 미란다에게도 반영했다. 미란다는 직원들의 신고로 인해 코트를 자신의 손으로 걸게 됐고, 회의에서 무례한 언행을 할 때는 제재당한다. 이런 장면들은 의외로 웃음을 만든다. 시대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미란다의 모습은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인 변화다.

패션 영화다운 화려함 역시 그대로다. 럭셔리 브랜드 의상과 쇼, 감각적인 스타일링은 여전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곳곳에 등장하는 반가운 얼굴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문제는 이야기다. 전편이 사랑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화려한 패션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툴지만 열정이 넘쳤던 앤디와 완벽하지만 고독했던 미란다가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관계의 힘이 있었다.

반면 속편은 그 연결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영화는 미란다와 앤디를 다시 묶어내기 위해 거대한 사건들을 연이어 배치하지만 정작 해결 방식은 어설프다. 위기와 갈등은 반복되지만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한없이 얇고, 개연성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이야기가 자꾸 끊긴다.

앤디 역시 호불호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전편에서부터 ‘진짜 저널리즘’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던 앤디는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만을 바라본다. 문제는 그 신념이 때때로 오만하게 비친다는 점이다. 현실의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가치관만을 고집하는 모습은 공감을 얻기보다 피로감을 남긴다.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던 인종차별 문제 역시 찜찜함을 남긴다. 새롭게 등장한 아시아인 캐릭터 ‘진 차오’는 동양인 비하 표현인 ‘칭총’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학력과 스펙을 과하게 강조하며 전형적인 ‘동양인 너드’ 이미지를 반복한다. 심지어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설정까지 낡은 편견을 답습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분명 반가운 영화다.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있고 눈부신 패션과 스타일은 변함없이 강력한 매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막상 그 화려함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의 깊이는 없다. 전편이 관계와 성장의 서사를 통해 울림을 주는 영화가 됐다면 이번 속편은 향수에 기대는 순간들이 더 많다. 화려한 런웨이는 다시 열렸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힘은 예전만 못하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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