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프로축구 K리그2 개막 라운드에서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지역 사회는 물론 구단주인 김경일 파주시장의 커다란 관심 속 프로 무대에 뛰어든 ‘신생팀’ 파주 프런티어FC 선수단이 충남 아산과 원정 개막전을 앞두고 스페인 라 리가 명문 FC바르셀로나 랩핑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해서다.

동네 축구팀도 아니고 프로라는 타이틀을 지닌 팀이 자기 구단이 아닌 타 구단, 그것도 전 세계 축구 팬 누구나 아는 해외 명문 클럽의 스폰서 로고가 박힌 버스를 타고 공식전이 열리는 경기장으로 이동한 건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가능성은 작지만 바르셀로나가 파주 구단 측에 ‘상표권 침해 또는 부정 경쟁 행위’를 명목으로 소송이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신생팀이라고 해도 프로 ‘의식’이 얼마나 결여됐으면 이런 판단을 했나 싶다. 그것도 파주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한국과 일본 프로 무대에서 사령탑을 지냈고, 대한축구협회에서 기술본부 본부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황보관 단장이 이끈다. 황보 단장은 바르셀로나 버스 논란과 관련해 “한정된 예산 속에서 움직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을 보였다”고 사죄했는데, 비난 목소리만 더 커졌다. 타 구단 스폰서 로고가 박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게 프로의 세계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이다.

파주는 창단 전부터 프로답지 않은 처사로 우려가 따랐다. 초대 단장 선임 등 역사에 중대한 과정이 담긴 보도자료를 구단이 아닌 홍보 대행으로 협약을 맺은 ‘올리브크리에이티브’ 발(發)로 보냈다. 제라드 누스 신임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 공지도 이틀 전 다급하게 하는 등 미숙한 행정으로 빈축을 샀다. 바르셀로나 버스 사태도 올리브크리에이티브와 밀접하다. 이 업체는 지난해 바르셀로나의 한국 투어를 대행한 적이 있다. 또 파주의 정의석 부단장이 대표를 지낸 곳이다.

일부 축구 팬은 바르셀로나 버스 사태를 두고 ‘파주셀로나’라는 조롱섞인 비난까지 하고 있다. K리그의 위상을 실추시킨 이번 사태에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7일 파주와 수원 삼성의 K리그2 2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파주 스타디움에 연맹 관계자가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태는 파주를 넘어 K리그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K리그는 양적 팽창을 이뤄 올해 어느덧 29개 팀(1부 12개·2부 17개) 시대가 됐다. 하지만 내실 있는 성장에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른다. 재정 건전성 등 핵심 사안에 앞서 ‘프로다움’과 동떨어진 구단이 여전히 존재한다. 선수의 트레이닝 복을 물려 입게 하는 구단, 경기장 샤워 및 에어컨 시설 등이 노후화해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단, 주요 스폰서 관계자석만 번지르르하고, 관중·미디어석은 비가 새고 먼지가 가득한 구단 등이다.

‘진짜 프로’는 4대 구성 요소인 선수(협회), 스폰서(기업), 팬, 미디어를 고르게 충족하는 정책을 펼친다. 시대가 급변하고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지는 만큼 경기력을 넘어 이런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한다. 파주는 물론 모든 K리그 구단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요 행정을 돌보며 더욱더 거듭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축구팀장 kyi0486@sportsso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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