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야! 너나 잘해! 너가 뭘 안다고.”

디즈니+ 오리지널 ‘운명전쟁49’ 속 언니의 죽음에 대한 한을 풀러 온 원미씨는 차분하게 조언을 하고 있는 무당 이소빈의 말을 끊고 이같이 말했다. 방금까지도 눈물을 흘리며 집중하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한쪽 눈만 껌뻑거리고,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른바 빙의가 된 것이다. 14년 전 2층에서 떨어진 언니의 혼이 원미의 혼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게 무당들의 주장이다.

촬영장의 공기는 얼어붙었다. 패널 다섯 명도 겁에 질린 듯 무섭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몸을 쓸어내리며 “아 소름끼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카메라도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듯 보였다. 유일하게 중심을 잡은 건 이소빈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며 “더 내담을 진행했다간 오히려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라며 상담을 종료했다.

시간이 지나가고 원미씨는 정신을 차린 뒤 곧바로 “죄송합니다. 제가 매우 무례한 행동을 했습니다”라고 했다. “기억은 나지만 주체가 안 됐다”면서 빙의의 첫 경험에 놀란 기색이었다. 도무지 연출할 수 없는 오컬트 장면이 ‘운명전쟁49’에서 드러난 것이다. 세계가 놀랄 만한 한국만의 장면이다.

비록 원미씨는 언니의 한을 풀어주지 못했지만, 무당 설화와 윤대만은 완벽히 살풀이를 했다. 설화는 암으로 죽은 아내가 보고 싶어 찾아온 부활의 4대 보컬리스트 김재희를 선택했다. 방울을 흔들다 곧 신을 받은 듯 설화는 숨을 컥컥대고 “아프다”며 소리를 꽥꽥 질렀다. “죽고 싶지 않았다”면서 울부짖었다. 중간중간 정신을 차리면 “아내가 너무 아팠다. 당신도 간호하느라 고생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굿을 하는 장면도 놀라웠다. 김재희의 아내를 받은 설화는 “보고 싶었다”면서 김재희를 껴안았다. “절대 죽지마라”면서 애처롭게 바라봤다. “당신을 만나 고마웠고 사랑했다”면서 “딸을 잘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혹시나 잊을까 두려워 눈에 모든 집중을 동원해 남편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로테스크와 감동이 공존했다. 마치 태풍이 몰아치듯 엄청난 것이 현장을 뒤흔들었다. 아내의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김재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 장면에서 그간 힘겨웠던 김재희의 고난이 풀어지는 듯 했다.

윤대만이 선택한 의뢰인은 일찍이 딸을 잃은 아버지 정재영이었다. 마르판 증후군을 앓고 있었지만, 전혀 징조가 없었고 아내의 생일 다음 날 화장실에 다녀오다 픽 쓰러진 후 곧바로 하늘로 떠났다는 사연을 가졌다.

딸의 신을 받은 윤대만은 “고맙다”는 말을 연신했다. “다시 태어나도 아빠 엄마 딸로 태어날래” “엄마가 유리멘탈이라 아빠 꿈에만 가고 있어” “엄마보고 나 보고 싶으면 내 베개 끌어안고 울지 말라고 해”라며 오히려 망자가 산자를 위로하는 기묘한 장면이 드러났다. “이런 날이라도 엄마 데리고 오지”라며 엄마를 그리워 한 딸의 모습은 현장을 곧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비과학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이 모든 것은 허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망자의 영혼과 마주한 찰나, 평생을 자책 속에서 살아온 산 자들의 곪은 상처는 치유되기 시작했다. “저승에서 잘 지내고 있다”거나 “네 잘못이 아니라”는 그 투박한 한마디는 그 어떤 현대 의학으로도 해낼 수 없는 기적 같은 위로였다.

‘운명전쟁49’는 자칫 자극적인 귀신놀음이나 기싸움으로 전락할 수 있는 오컬트 소재를 다루면서도, 묵묵히 자기 선을 지켰다. 여러 논란이 있었으나, 곳곳에서 망자에 대한 예의와 남겨진 자들을 향한 제작진의 묵직한 측은지심이 엿보였다. 대체 불가능한 신선함으로 출발해, 인간에 대한 깊은 감동과 위로로 막을 내린 이 험난한 여정은, 끝내 창대하게 완성됐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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