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삶의 시작과 끝

극중극의 소리 없는 외침…묵묵히 기다림

상상 속 아이스크림, 뜨거운 태양…연결 매개체로 작동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2024년 대학로에 입성한 뮤지컬 ‘시지프스’가 일 년 만에 컴백, 초연의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작품에는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이끈다. 이들 중 단 한 명이 여배우인데, 바로 윤지우(24)다. 이번 시즌 같은 역할에 박선영과 리헤이(본명 이혜인)가 있지만, 작품의 시작부터 따진다면 윤지우가 가장 많은 무대에 올랐다.

윤지우는 뮤지컬 ‘시지프스’와 인연이 깊다. 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의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고, 당시 시상식(3관왕)에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2024년 초연, 그리고 지금의 재연까지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를 노래하는 자 ‘포엣’ 역의 윤지우는 극중극 형식 속에 메타 발언, 젠더프리 연기 등을 자유롭게 펼치고 있다. 파워풀한 안무와 압도적인 에너지로 시선을 압도해 ‘천의 얼굴’로 불린다.

윤지우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뮤지컬 ‘시지프스’와 함께 성장 중인 자신의 시간을 돌아봤다. 작품의 탄생 과정부터 동행하고 있는 그에게는 여느 작품보다 가슴을 뜨겁게 불태운다.

◇ 두려움의 그림자를 걷어낸 이유있는 자신감 “쫄지 마!”

‘시지프스’는 현재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를 예고한 작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초기 단계의 어려움은 시지프스가 언덕 위로 돌을 굴리는 고된 시간과 맞물린다. 윤지우가 작품을 향한 애정이 큰 이유다.

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고전 소설 ‘이방인’을 바탕으로, 세계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에 남겨진 네 명의 배우가 우연히 발견한 소설 속 이야기를 즉흥극으로 꾸미며 버티는 생존기다.

하지만 윤지우는 순간의 고비에 억눌리지 않고, 오히려 짜릿한 희열로 채웠다. 그는 “배우와 인생간의 연결 역할로, 단 한 번의 퇴장뿐 계속 무대에 존재한다.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는 걸 세상에 각인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혼자라면 가능하지 못했을 시간이었다. 그에게는 든든한 배우들이 있었기에 두려울 게 없었다. 윤지우는 “가족 같은 오빠들(임강성·조환지·이후림)이 ‘쫄지 마! 네가 누군지 보여줘’라고 말해줬다”라며 “네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생명력을 뿜어낸 첫 경험의 영광이 전율로 다가와 진짜 ‘돌’을 굴렸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 그리스 신화와 문학, 그리고 뮤지컬의 합체…직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다

윤지우는 ‘시지프스’에 대해 “연기·노래·춤 삼박자가 잘 갖춰진 공연이다. 이게 뮤지컬 아닌가”라며 “첫 뮤지컬이 ‘시지프스’라면 문학까지 삶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뜨겁게 쏟아내는 배우들까지 볼 수 있어, 보통의 극과는 차별화된 드라마까지 느낄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의 연결구조로 이어진다. 여러 작품에서 다루는 소재이지만, 연기 전공자들에게도 까다로운 재료로 꼽힌다. 뮤지컬에서는 이를 배우의 삶에 투영해 돌(도전)이 가진 복합적인 무게를 정상을 향해 굴린다.

가뜩이나 어려운 주제인데, 극중극 형식이라는 특이성이 있어 자칫 삼천포로 빠질 위험이 크다. 윤지우는 이러한 불행을 막기 위해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강조했다.

먼저 공연 초반 등장하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궁금증부터 해결해줬다. ‘포엣’이 아이스크림을 상상하며 맛있게 먹는 연기를 하는 걸 ‘클라운(슬픔을 승화하는 자)’이 이를 부정한다. 하지만 이내 그도 아이스크림을 기억해낸다.

윤지우는 “고된 하루를 마치고 가장 맛있게 먹었던 아이스크림 그 자체를 보여준다. 이는 ‘나 다시 연기하고 싶다’로 강하게 들린다. 버려진 세상의 배우가 가진 추억의 매개체다. 이후 시원하고 달콤하고 짜릿한 무대로 넘어간다”라며 “시작 지점에서 ‘너도 돌아가고 싶잖아’라고 말한 뒤 배우들이 모인다. 이 대사를 커튼콜에서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무대를 추억하는 ‘나’로 받아들인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 전체를 감싸는 ‘태양’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색이 때론 차가운 달로 느껴져 혼란의 소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윤지우는 “‘메르소’를 압박하는 도구보단 구원이다. 넘버 ‘No way out’에서 ‘메르소’가 태양과 마주하고 공격받는 장면이 나온다. 록 음악의 빠른 비트에 빨려 들어가 숨을 제대로 못 쉰다. 이때 있는 힘껏 숨을 내쉬며 ‘돌 잘 굴렸구나’라고 말한다”라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어제도 지나갔다는 걸 느낀다. 마지막은 ‘그럼에도 살아내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한다. 구원의 시작인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네 명이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을 최고의 순간으로 뽑았다. 윤지우는 “태양에 동기화되는 순간마다 느낌이 다르다. 까짓거 웃어넘기자며 ‘지켜보고 있지, 세상아! 우린 절대 지지 않을 거야’라고 외친다”라고 덧붙였다.

◇ ‘시지프스’, 직접 관람만이 정답…3월 8일까지 공연

윤지우는 지난 1월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 신인상 후보에 올라 처음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다른 신인상 후보들과 축하 무대를 하며 객석을 바라보다가 문뜩 처음 ‘시즈프스’를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고 한다.

당시 추정화 연출은 배우들에게 “세상이 갑자기 멸망하면 뭐 할 것이냐”고 물으며 “나는 국립극장에 갈 것 같다. 어차피 목숨을 잃는다면 극장에서 죽겠다”라고 먼저 답했다고 한다. 그의 말은 윤지우가 진정한 배우로서 걸어갈 길잡이가 돼줬다.

윤지우는 “‘시지프스’의 인물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다시 연기하기 위해 신전을 찾는다. 이곳저곳에서 폭탄이 터져도 연기하다 죽겠다는, 갈망 있는 인물들이다. 배우의 삶이란 그날을 묵묵히 기다리는 것”이라며 “처절한 삶이 배우와 닮았다. 나에게도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배우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명예롭게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지프스’는 윤지우의 모든 시작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역시 “하나의 목소리로 명확한 주체를 보여줄 수 있다.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말할 수 있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현장감이 중요한 공연이다. 무대 위에 존재하는 배우와 그들의 삶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을 좋은 공연이라고 장담하기에 자신 있게 초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네 명의 배우가 절정의 도파민을 선사하는 ‘시지프스’는 3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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