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를 꿈꾼 중2의 반항…뮤지컬 ‘위키드’로 인생 전환점 맞아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인연이 ‘시지프스’로 이어져
일인다역 ‘레몽’과 닮은꼴…배우의 삶 ‘엉덩이 싸움’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계 ‘샛별’ 윤지우(24)가 데뷔 2년 만에 대학로 ‘공주’로 떠올랐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 않냐는 반문은 거부한다. ‘차세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와 퍼포먼스로 이미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윤지우의 시작은 뮤지컬이 아니었다.
윤지우의 배우 인생은 그가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시지프스’와 닮았다. 황폐해진 세상에서 남아있는 폭탄까지 간간이 터지는 세계. 중학생 윤지우의 일상과 닮았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윤지우는 두 갈림길에 섰던 과거를 회상했다.

◇ 엄마 억장 무너뜨린 선언…강력하게 심장을 두드린 ‘뮤지컬’
5살부터 붓을 잡았던 윤지우의 세상엔 오직 미술만 존재했다. 그랬던 그가 중2병보다 무서운 ‘진로 무기력증’을 겪었다. 그는 “예술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창의적인 것보다 주어진 것에 얽매인 행위 때문에 권태기가 왔었다”라고 말했다.
방황의 시기를 보내던 중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를 장식한 비눗방울, 하늘을 나는 드래곤과 엘바파. 그렇다. 닫혀있던 윤지우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힌 건 바로 뮤지컬 ‘위키드’였다. 마침 이날 캐스트도 국내 최정상급 디바 옥주현과 김보경이었다.
아무런 흥미와 기대 없이 만난 작품은 윤지우의 희미해진 동심까지 끌어냈다. “번개를 맞은 기분”이었다는 윤지우는 “운명의 계시 같았다. ‘난 뮤지컬을 해야겠다’라고 외쳤다”라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지하 세계까지 땅굴 파다가 뮤지컬이라는 빛을 보고 삽을 벗어던진 건 다행이다. 하지만 화가를 꿈꾸던 외길 인생의 딸이 10여 년의 시간을 저버리고 전혀 다른 길을 걷겠다고 하니, 어느 부모가 쌍수를 들고 찬성하겠는가. 윤지우는 “2학년 기말고사 평균이 97점이었다. 당시 공부로도 우등생이었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기에 어머니의 억장이 무너지는 말이었다”라며 그때의 죄송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처럼 결국 윤지우의 결정을 지지해줬다. 그렇게 경기예고에 이어 단국대 연극연기전공에서 꿈을 실현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이제 가장 든든한 지원자라고 한다.

◇ 이유있는 자신감은 인연으로, 기회는 황금 열쇠가 되다
뮤지컬에 의해 시간까지 되돌렸다. 그런데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윤지우는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어느 장르로 가야 할지 방향을 찾지 못했다.
또 한 번 돌을 굴리고 있을 때 윤지우의 등을 밀어준 건 역시 뮤지컬이었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나 오디션에 도전했다. 그렇게 2023년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앙상블로 데뷔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윤지우에게 행운의 열쇠였다. 그는 “앙상블 아닌 조연으로 대해준 제작사 PL엔터테인먼트의 배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라며 “또렷한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오디션을 많이 봤다. 이때 추정화 연출님이 좋게 봐주셔서, 나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이 있다며 ‘시지프스’의 오디션을 제안해주셨다”라고 인연의 소중함을 말했다.

◇ 닮은 사람끼리 통하는 법…서로 원한 인생을 응원하다
뮤지컬 ‘시지프스’는 윤지우의 이름을 알린 대표 작품이다. 그 역시 캐릭터에 삶과 영면을 녹여 작품의 매력을 밝힌다.
어쩌면 ‘배우’ 윤지우의 시작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딤프)에서 이미 예고된 서사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도전한 오디션이 DIMF였던 것. 당시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지만, 6년 뒤 제18회 DIMF어워즈에서 ‘시지프스’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듬해 DIMF 초정작으로 다시 그때의 환희를 만끽했다.
윤지우는 2024년 초연에 이어 일 년 만에 같은 무대에서 시를 노래하는 자 ‘포엣’을 연기하고 있다. 극중극 형식으로, 실제 윤지우는 ‘포엣’을 비롯해 ‘엄마’ ‘레몽’ ‘마리’ ‘신부’ 등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무대를 지킨다.
‘레몽’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윤지우는 “욕심이 많아 스스로 채찍질한다. 그런데 ‘메르소’의 마지막 독백처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그저 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듯 ‘시지프스’는 나를 다독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묵묵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아직 어려서 인생의 정답을 모르지만, 배우는 ‘엉덩이 싸움’이라고 하더라. 무겁게 버티지만, 내 속도대로 걸어가다 보면 언젠간 빛을 받는다고 했다”라며 “배우의 삶은 묵묵히 기다림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지우는 지금도 돌을 굴리고 또 굴리며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관객들에게 작품의 결말을 상상으로 맡기는 것과 같이, 그의 미래도 꿈과 희망을 좇고 있다.
배우 윤지우와 함께 꿈과 희망의 돌을 굴리고 있는 ‘시지프스’는 3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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