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 사상 첫 金…동계스포츠 지형 확장 ‘신호탄’
‘전통의 효자’ 쇼트트랙, 저력 증명하다
‘효자’ 빙속 24년 만의 노메달, 시스템 정비 숙제 남겨
얼음 위 수놓은 아름다운 4위·5위도 성과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목표했던 종합 순위 ‘톱10’에는 닿지 못했다. 빈손으로 돌아선 것은 또 아니다. 분명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대한민국 선수단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수확하며 종합 13위로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2022 베이징 대회(금2·은5·동2, 종합 14위)보다 금메달 1개를 늘렸고, 순위도 한 계단 끌어올렸다. 절반의 성공이다.
무엇보다 값진 성과는 ‘젊은 피’의 약진이다. 10대와 20대 초반 선수들이 중심에 섰고, 한국 동계 스포츠의 세대교체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번 대회 최대 수확은 단연 설상이다. 최가온이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쐈다. 손바닥뼈 3개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3차 시기에서 대반전을 썼다. 이번 대회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여기에 ‘베테랑’ 김상겸이 남자 알파인에서 은메달, 유승은이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보태며 설상 종목은 단일 대회 최다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8년 전, 평창에서 이상호의 은메달이 유일했다. 분명한 도약이다. 동계스포츠의 지형이 넓어졌다는 신호다.


전통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도 저력을 증명했다. 대회 전 지도자 교체 논란과 외국팀들의 전력 상승으로 우려가 많았다. 결과는 달랐다. 여자 대표팀 막내 김길리는 1500m와 3000m 계주에서 2관왕에 오르며 새 간판으로 떠올랐다.
‘여제’ 최민정은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을 더해 통산 7번째(금4·은3)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한국 선수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새로 쓰고 은퇴를 선언했다.
남자부에서도 황대헌이 1500m 은메달, 임종언의 1000m 동메달, 5000m 계주 은메달까지 이어지며 신구 조화 속에 ‘효자 종목’의 체면을 지켰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다음 4년을 기대하게 했다.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값진 성과도 있었다. 피겨 남자 싱글의 차준환은 4위에 올라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동메달과 차이는 1점 이내였다. 여자 컬링 대표팀 역시 예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한 끗’ 차이의 아쉬움은 다음 4년을 향한 동력이 됐다.
과제도 분명했다. 쇼트트랙과 함께 메달밭 역할을 해온 스피드스케이팅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에 노메달이다. 매스스타트에서 정재원이 5위, 박지우가 14위에 그치며 마지막까지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세대교체와 시스템 정비라는 숙제가 무겁게 남았다.

결국 밀라노는 ‘확장’과 ‘과제’가 다 나온 대회다. 설상에서 새 길을 열었고, 쇼트트랙은 저력을 증명했다. 반면 빙속의 침묵은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이번 대회에서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은 4년 뒤 전성기에 접어든다. 그 성장을 뒷받침할 지원과 시스템이 따라준다면, 다음 올림픽의 그림은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톱10에는 닿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동계스포츠의 외연은 분명 넓어졌다. 밀라노는 끝났지만, 다음을 향한 준비는 이제부터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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