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문턱에서 멈춘 첫 메달 레이스
미국 ‘넘어짐’ 변수에 메달 잃었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메달 ‘텃밭’ 쇼트트랙에서 첫 메달을 노린 레이스가 한순간의 충돌로 끝났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혼성계주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보다 더 아픈 건, 선수의 의지와 준비가 변수 하나에 막혔다는 점이었다.
한국은 10일(이상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 2조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2분46초554. 결승 대신 파이널B로 향했다.
혼성계주는 한국이 이번 대회 초반 흐름을 좌우할 첫 메달 종목으로 꼽혔다.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이 종목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22 베이징 대회에서의 조기 탈락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도 분명했다.
준준결승은 완벽했다.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청), 신동민(화성시청), 임종언(고양시청)으로 구성된 한국은 2분39초337로 조 1위. 실수 없는 레이스로 준결선에 올랐다.
그러나 준결승은 달랐다. 상대는 캐나다, 미국, 벨기에까지 ‘죽음의 조’다. 스타트는 캐나다가 주도했다. 한국은 차분히 간격을 좁혔다. 김길리가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선두 캐나다를 추격했다. 한때 미국에 2위 자리를 내주며 레이스가 흔들리는 듯했지만, 다시 흐름을 되찾았다.


문제는 이 순간이다. 미국 선수가 넘어지며 트랙 위로 미끄러져 들어왔고, 김길리는 피할 수 없었다. 두 선수는 그대로 충돌하며 넘어졌다. 김길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곧바로 일어나 터치를 이어갔고, 한국은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했다. 그러나 흐름은 이미 끊겼다. 캐나다와 벨기에가 1, 2위로 결선에 올랐고, 한국은 3위에 머물렀다.
경기 직후 한국은 즉각 항의에 나섰다. 페널티 혹은 어드밴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충돌은 ‘경합 상황’으로 정리됐고, 한국은 준결승에서 탈락이 확정됐다. 중계 화면엔 넘어진 뒤 다시 일어선 김길리의 붉어진 눈시울이 잡혔다. 억울함과 아쉬움이 고스란히 담겼다.
혼성계주는 한국이 가장 공을 들인 종목 중 하나다. 준준결승에서 보인 완벽한 레이스는 그 증거였다. 하지만 올림픽은 늘 예측 불가능하다. 준비와 각오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첫 메달 도전은 멈췄다. 그러나 쇼트트랙 태극전사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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