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 퇴직연금 제도 대수술 합의…영세 사업장 가입 확대 ‘승부수’
- 전문가가 굴리는 ‘기금형’ 도입해 수익률 제고…“국민연금과 달라” 선 긋기
- 노동계 “환영하지만 ‘11개월 쪼개기 계약’ 등 꼼수 근절이 관건”

[스포츠서울 | 조선우 기자] “수익률 2%대, 5인 미만 사업장 도입률 10%대.”
도입 20년을 맞은 퇴직연금의 초라한 성적표다.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어가던 퇴직연금 제도가 ‘전 사업장 의무화’와 ‘기금형 제도 도입’이라는 메스를 댄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퇴직연금 제도 개선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다. 기존 퇴직연금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은행·보험사 등과 계약을 맺는 ‘계약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노사 혹은 노사정이 설립한 전문 수탁법인(기금)이 퇴직금을 넘겨받아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길 수 있게 된다.
TF가 기금형 카드를 꺼낸 이유는 명확하다.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 7천억 원에 달하지만, 최근 5년 연평균 수익률은 2%대에 머물렀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전문가들은 기금형이 도입되면 대규모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기업 도산 시에도 퇴직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도입률이 10.6%(300인 이상은 92.1%)에 불과한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가입 독려에도 효과적일 전망이다. 개별 가입이 부담스러운 영세 업체들이 기금 형태로 묶이면 수수료 절감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연금 사회주의’ 우려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부가 퇴직연금마저 환율 방어 등에 동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이 일었다.
이를 의식한 노사정은 합의문에 수탁법인의 ‘수탁자 책임’을 명시했다. 기금은 오직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운용되어야 하며, 정부나 기업의 이해관계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노동계는 이번 합의를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디테일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의 취지가 현장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제도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며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11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관행 등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blessoo@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