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JTBC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은 누군가에게 순위가 아니라 결정의 계기를 남긴다. 44호 가수 한성일에게 이 무대는 우승의 문턱이 아닌, 가수로 살아도 된다는 확신의 출발점이었다.

한성일은 ‘싱어게인4’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의 음악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던 그는 군 복무 이후 현실적인 선택 앞에 섰고, 음악교육과로 전공을 바꿨다. 2월이면 졸업을 앞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싱어게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가수 한성일이 아닌, 취업을 준비하는 한성일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를 다시 무대로 이끈 건 미련이다. 한성일은 “음악교육으로 방향을 틀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 노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남아 있었다. 졸업 전에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오디션에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싱어게인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큰 기대는 없었다. 혼자 노래 부르는 게 좋았고, 미련을 지워낼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

그러나 싱어게인은 그의 예상보다 깊게 파고들었다. 그는 “방송을 통해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어느 정도는 가수로서 인정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탈락자 인터뷰에서 들은 판정단의 말은 오래 남았다.

한성일은 “임재범 심사위원님이 제 눈을 보시더니 평생 음악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코드쿤스트 역시 “44호는 자기 자신을 위해 노래할 줄 아는 사람 같다. 앞으로도 응원하겠다”는 말을 건넸다. 한성일은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을 방송을 통해 들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 말들은 선택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 한성일은 “싱어게인은 제게 이제 음악의 출발점이다. 경연에 나오지 않았다면 현실적인 성격 탓에 안정적인 삶을 택해 교사 시험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 출연 이후 그는 교사의 길이 아닌, 가수의 길을 확정했다.

혹자는 한성일에 대해 80년대 스타일, 옛날가수 느낌이라고 평하지만, 실제 그의 음악은 매우 현대적이며 섬세한 공명을 가진다. 경연 프로그램에 맞는 폭발적 가창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뿐이다. 그 지점에서 한성일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기도 했지만, 결국 해답도 찾아낸다.

한성일은 “제 음악이 비주류라고 생각했다.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보여줄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는 부담이 컸다”며 “싱어게인 3라운드부터 정말 많이 흔들렸다. 몽땅 바꿔보려 했고 그렇게 진행했는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잘 못하는 걸 억지로 하느니, 잘하는 걸 제대로 보여드리고 떨어지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민의 과정을 밝혔다.

결국 한성일은 떨어졌지만, 마음은 되레 홀가분했다. 탈락 후 웃었던 이유다. 그는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컸다.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무대를 남겼다고 느꼈다”고 방싯했다.

샤우팅 대신 섬세한 감정선을 택한 그의 보이스는 경연과 어긋나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 이후 원픽으로 그의 가치를 알아보고 지지하는 팬덤이 생겼다. 한성일은 현재 경기도 수원으로 거처를 옮기며 가수의 길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그는 “작은 규모라도 꾸준히 콘서트를 하고 싶다. 단독 콘서트도 목표”라고도 했다.

‘싱어게인4’는 한성일에게 트로피를 안기지 않았다. 대신 멈추러 했던 가수의 길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순위는 끝났지만, 그의 음악은 이제 시작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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