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재판관이 법정에서 말을 멈추는 장면은 거의 없다. 더구나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은 사법의 세계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2026년 1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법정은 달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과정에서 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먼저 피고인 측 주장을 언급했다.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도 몇 시간 만에 종료됐다”는 항변이다. 그리고 잠시 호흡을 고른 뒤, 접속사 하나를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다.”
그 문장 직후, 법정의 공기는 바꼈고 이 부장판사는 약 6초간 말을 멈췄다. 안경을 고쳐 쓰며 목을 가다듬는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김경호 변호사는 이 장면을 두고 “차가운 법복 위로 떨어진 눈물은 그 자체로 헌법이었다”고 해석했다.
판결문은 원래 건조해야 한다. 감정을 거세한 언어로 법리와 증거만이 교차하는 공간이 법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진관 판사의 울먹임을 “감상주의가 아닌 헌법적 웅변”으로 규정했다.
핵심은 헌법 제103조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의해 독립해 심판한다’는 조항이다.
김 변호사는 이 조항의 ‘독립’을 단순한 외압 배제가 아니라, 권력 내부의 시선과 사법부 내부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용기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봤다. 거대 권력이 자행한 내란을 ‘헌정 질서 파괴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계엄이 짧았다는 사실을 감형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판단.
그 중심에 ‘국민의 저항’을 놓은 인식이 이 부장판사의 울컥함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장판사는 내란이 실패로 끝난 이유를 가담자들의 판단이나 자제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 저항을 바탕으로 국회에 진입해 계엄 해제를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 과거 내란의 기억을 떠올리며 위법한 지시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의 행동”을 차례로 언급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이 대목을 두고 “사법부가 단순한 법 기술자가 아니라 헌법의 최후 보루임을 선언한 순간”이라고 짚었다.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판결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었던 문턱에서 이를 막아낸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분명히 기록한 판결이라는 평가다.
김경호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썼다.
“차가운 법복 위로 떨어진 그 눈물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그 눈물이 바로 헌법이고, 그 울먹임이 진정한 민주주의다.”
이진관 재판관의 울컥함은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헌법을 지키는 마지막 순간에 드러난 양심의 무게였다. 이 재판관은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란 특검팀의 15년 구형보다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한 전 총리를 법정에서 바로 구속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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