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2군 생활이 길어지는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 칭찬이 필요하다.”

통산 418홈런. 숫자는 화려하지만, ‘국민 거포’ 박병호(40) 코치가 걸어온 길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남들보다 늦게 재능을 꽃피운 만큼 무명 선수들과 공감대는 물론,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 보인다.

박 코치는 2025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2005년 LG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키움, KT, 삼성에서 활약했고, 2016년엔 메이저리그(ML) 무대까지 누볐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으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키움의 선수 영입 제안을 고사하며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야구는 경기 수도 많은데다, 호흡이 긴 종목이라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2군 생활이 길어지는 선수들에게는 칭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박 코치는 “주변에서도 잘한다는 이야기보다 부족한 점을 부각하다 보니, 스스로 위축돼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힘든 시절을 겪었다.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선수 생활 막바지도 마찬가지”라며 “공감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본다. 힘든 점을 같이 해소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싶다. 운동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훌륭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박 코치 또한 김시진 전 넥센(현 키움) 감독과 만남이 터닝포인트로 작용한 까닭이다. “내게 큰 변화를 주신 분”이라고 운을 뗀 그는 “어떻게 하면 삼진을 당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선수를 삼진을 당해도 칭찬받는 선수로 바꿔주셨다”고 회상했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더라도, 적재적소에 이끌어 주는 이가 없다면 빛을 보기 힘들다. 지도자로서 롤모델은 박흥식 코치를 꼽으며 “첫 풀타임 시즌에 코치님께 ‘초반에 좋지 않아도,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달라. 그러면 정말 잘하는 줄 알고 신이 나서 할 거다’ 부탁을 드렸다. 실제 타점은 좋았지만, 타율은 낮았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런 4번 타자가 어디 있냐’ ‘타율은 낮아도 중요한 순간에 해결해 주지 않냐’며 나를 치켜세워주셨다. 덕분에 더 신뢰하게 됐고,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허문회 전 감독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박 코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지도 방식과 달랐다”며 “궁금증이 있으면 선수들이 먼저 다가가야 해답을 주셨다”며 그의 남다른 지도 철학을 공유했다.

실패를 발판 삼아 성공 가도를 달린 박 코치다. 418홈런은 기록을 넘어 시린 겨울을 버티는 선수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됐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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