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강렬한 이미지에 박힌 편견
흉내 낼 수 없는 매력…경험한 배우만 아는 시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도전의 쳇바퀴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킹키부츠’의 ‘엔젤’은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며 절대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공연의 깊은 여운을 남긴다.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꾼 무대로 기적을 선사한다.
‘킹키부츠’만의 관람 문화를 형성한 ‘엔젤’을 향한 애정도는 공연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엔젤’ 코스튬하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배우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장르의 벽을 과감하게 허물었다. 대신 행복 바이러스로 웃음의 벽돌을 다시 쌓는다.
하지만 현재 누리고 있는 환희의 순간이 영원할 수 없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 다른 작품에 합류하거나 오디션에 지원해야 한다. 특수한 역할로부터 따라오는 이미지 때문에 배역을 따내는 데 있어 고난도 따를 수 있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엔젤’로서 무대에 오를지도 장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엔젤(한선천·김강진·한준용·김영웅·최재훈·손희준)’은 최근 스포츠서울을 만나 ‘엔젤’로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 연기·노래·춤 ‘3박자’ 자신…다음 목표는?
여섯명의 ‘엔젤’은 ‘킹키부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작품마다 변화무쌍한 연기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엔젤’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오디션장에서도 ‘엔젤’의 가면이 겹칠 것을 우려해 중도 포기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한창 활발한 활동을 펼쳐야 할 젊은 나이에 감당해야 할 무게다. 하지만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엔젤’을 연기한 배우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탄탄한 내공을 다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현대무용(학사) 졸업 후 배우로 전향, 2019년 제13회 DIMF어워즈 남자조연상을 받은 한준용은 “대학로를 왔다 갔다가 하며다른 역할로도 관객들을 만났다. 인생은 타이밍인데, ‘킹키부츠’는 운명처럼 계속 함께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맞았다”라며 “‘엔젤’을 하면서 강한 필살기가 생겼다. ‘엔젤’을 위해 더 많은 도전을 해봤기에 연기로 다른 부분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가장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뮤지컬 ‘모차르트!’의 ‘엠마누엘 쉬카네더’”라고 강조했다.
‘킹키부츠’에서만큼 뮤지컬 ‘멤피스’ ‘시라노’에서 자신을 각인시킨 김강진은 “오디션장에서 ‘엔젤’ 경력으로 기대치가 올라가, 장단점이 명확히 있다.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지만, 반대로 심사위원이 주의 깊게 봐줘서 좋은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 앞서 ‘찰리’ 역에 도전했던 김강진의 다음 도착지는 역시 ‘찰리’다. 그는 “‘엔젤’로서 ‘찰리’를 봐왔고,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찰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며 “한번 도전했으니, 꼭 해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엔젤’ 맏언니 한선천도 “전엔 ‘찰리’였는데, 11년째 무대에 서면서 ‘롤라’로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 세월에 장사 없다지만, 영원한 ‘엔젤’은 존재한다
‘엔젤’ 오디션장은 도전자들로 북적인다. 과거 경력 한 줄을 더 적기 위함이 아니다. 선배 ‘엔젤’들이 다져놓은 멋있는 이미지에 빠져 꿈이 생긴 것이다.
일곱번째 시즌까지 걸어오면서 ‘엔젤’에도 세대교체가 있었다. 최근 4시즌을 책임지고 있는 한준용은 “‘배우’니까 ‘배우라’고 생각한다. 공연이든 일상에서든 매 순간 상대를 통해 느끼고 배운다. 배움이라는 건 끝이 없다. 고(故) 이순재 선생님 말씀대로 끝까지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륜이 쌓이면 연기로 묻어나온다. 오디션의 연속으로 노하우가 점점 쌓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라며 “앞으로 나도 이 모든 것들이 쌓일 것이고, 그만큼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배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초연부터 11년째 자리를 지킨 한선천도 언젠간 후배에게 물려줘야 할 ‘엔젤’이다. 한선천은 “언제까지 다리를 찢고 점프하면서 발목이 유효할 수 있겠는가”라며 웃은 뒤 “‘킹키부츠’로 데뷔했지만, 꾸준히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지금의 무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한선천은 한양대 무용과 졸업한 해당 분야 권위자다. 2010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컨템포러리무용 시니어 남자부문 1위, 동아무용콩쿠르 현대무용 남자 일반부 금상을 차지한 실력파다. 콩쿠르 당시 발가락에 유리가 박힌 채 무대에 올라 흐르는 피를 살풀이하듯 날린 현대무용수다. 그런 그가 이제 한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킹키부츠’로 데뷔한 한선천은 “‘킹키부츠’를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목표가 배우로 다져졌다. 이전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랐는데, ‘킹키부츠’를 통해 찾았다”라며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 날을 기다리며 모든 걸 경험해보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꿈을 따라 날아올라, 당신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 ‘킹키부츠’는 오는 3월29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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