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제작진의 안일한 편집이 두고두고 아쉬운 건 사실이다. 방송 초반 커뮤니티에 퍼진 스포일러 그대로 ‘요리괴물’이 준우승, 최강록 셰프가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서바이벌이든 스포일러는 나오기 마련이라지만, 제작진의 치명적인 실수가 결승전의 긴장을 반감시켰다는 점은 뼈아프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이하 ‘흑백요리사2’)가 남긴 의미는 깊다. 결과를 알고 봐도, 그 과정은 뭉클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공개된 최종회 13화는 별다른 반전 없이 요리괴물이 후덕죽 셰프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며 시작됐다. 엄청난 열정으로 기상천외한 당근 요리를 선보인 두 셰프 중 승자는 요리괴물이었다.

문제는 앞서 공개된 요리괴물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흑수저 셰프는 본명 대신 별명을 사용해야 하는데, 영상 속 그의 가슴에 본명이 적힌 명찰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이는 요리괴물이 신분이 공개되는 결승전까지 진출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됐고, ‘최강록 우승-요리괴물 준우승’이라는 루머를 사실로 확인시켜 주는 꼴이 됐다.

“혹시나 제작진의 큰 그림 아니냐”는 실낱같은 희망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안은 허무하게 뚫렸다. 우승자가 누구인지가 핵심인 서바이벌에서 제작진 스스로 결말을 유출하며, 한 달 넘게 프로그램을 애청한 시청자들의 김을 새게 했다.

비록 보안 실패의 아쉬움은 크지만, 그 과정만큼은 감동으로 물들었다. 승패를 떠나 최강록 셰프의 고뇌가 담긴 ‘노동주’와 요리괴물이 아버지와의 추억을 녹여낸 ‘순대국’은 서바이벌 그 이상의 울림을 안겼다. 특히 오랜 사업 실패를 딛고 일어선 최강록의 서사를 아는 이들에게 그의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조림을 잘 못하지만 잘하는 척했다”는 최강록의 진실한 고백은 ‘흑백요리사2’의 화룡점정이었다. 마지막까지 놀라운 테크닉을 보여준 요리괴물 또한 박수받아 마땅했다. 제작진이 결승전에서 구체적인 맛 평가 대신, 셰프들의 태도와 인간성에 집중한 심사평을 내보낸 판단 역시 품격 있었다.

두 사람 외에도 승부욕 뒤에 숨겨진 상호 존중을 보여준 셰프들 역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모든 에피소드가 끝난 뒤, 참가한 셰프 전원의 이름을 크레딧에 담은 제작진의 배려 또한 뜻깊었다. 보안에는 낙제점을 받았을지언정, 작품성만큼은 확실히 진화했다.

시즌제는 시즌2가 생명줄이다. 형만한 아우가 있어야 줄줄이 아우가 나오는 법이다. ‘흑백요리사2’는 규모와 스케일은 물론 주요 인물, 스토리텔링, 메시지 등 모든 면에서 시즌1을 능가했다. 2024년을 뒤집어 놓은 신드롬 그 이상의 결과다. 내년에도 더 큰 감동이 주방에서 피어오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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