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환호보다 계산이 앞선다. 기대보다 긴장이 먼저 감돈다.
‘2025년 지상파 연예대상’ 풍경은 조금 다르다. 무대 위 주인공을 예측하는 일조차 예년처럼 단순하지 않다. 웃음의 결산이 아니라, 한 해 동안 버텨온 시스템과 얼굴을 가늠하는 자리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29일 열리는 ‘2025 MBC 방송연예대상’은 시작부터 무거운 공기를 안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불거진 각종 논란이 핵심 예능들을 직격했다. 한때 대상 수상자로 무대의 중심에 섰던 박나래는 갑질 및 불법 의료 시술 의혹 이후 활동을 중단했다.
그 결과 ‘나 혼자 산다’와 ‘구해줘 홈즈’는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 예정이었던 신규 예능도 멈췄다. ‘주사 이모’ 논란이 확산되며 ‘나 혼자 산다’의 또 다른 축이던 키까지 하차했다. MC 라인업마저 교체되면서 시상식 자체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논란의 여파는 출연진 개인을 넘어 제작 환경 전체로 번졌다. 앞서 사생활 루머에 휘말린 이이경이 ‘놀면 뭐하니?’에서 물러난 과정 역시 적잖은 파장을 남겼다.
그럼에도 시상식은 열린다. 대상 후보를 따로 공개하지 않은 MBC의 선택은,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압축한다.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지킨 얼굴들이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놀면 뭐하니?’를 끝까지 지켜낸 유재석,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을 묵묵히 이끈 전현무, 그리고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와 ‘극한84’로 서사를 확장한 기안84가 대표적이다.
전현무의 존재감은 특히 눈에 띈다. 논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도 그는 진료 기록 공개라는 강수를 두며 정면 대응을 택했다. 동시에 프로그램의 흐름은 흔들리지 않게 관리했다.
기안84는 또 다른 결의 후보다. 엉뚱함으로 소비되던 캐릭터를 진정성의 서사로 확장하며, ‘나 혼자 산다’의 세계관을 넘어 자신만의 예능 브랜드를 구축했다. 여기에 유재석은 말할 것도 없다. 화제성의 기복과 무관하게, 위기의 순간마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30일 열리는 ‘2025 SBS 연예대상’은 비교적 또렷한 경쟁 구도를 드러냈다. 대상 후보 7인이 일찌감치 공개되면서 판은 열렸다. ‘런닝맨’과 ‘틈만 나면’으로 변함없는 중심을 지켜온 유재석, ‘우리들의 발라드’와 ‘정글밥2’로 안정적인 진행력을 증명한 전현무, 그리고 ‘미운 우리 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을 이끈 탁재훈이 전면에 섰다.
여기에 신동엽, 서장훈, 이상민, 지석진까지 이름을 올리며 SBS 예능의 현재를 상징하는 얼굴들이 총출동했다.
SBS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단정하다. 장수 예능의 힘과 진행자의 숙련도가 전면에 놓였다. 그만큼 결과 역시 ‘누가 더 새로웠나’보다 ‘누가 더 오래,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지탱했는가’에 가까워 보인다.
누가 혼란의 한 해를 대표할 얼굴이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웃음의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2025년의 연예대상은 그 어느 해보다 무거운 질문을 안고 막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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