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메이저리그 누빌 김라경 박민서 박주아 김현아
여자야구 불모지에서 한국에서 이룬 쾌거
어려웠던 시기 버티게 한 ‘야구 향한 애정’
“야구 할 때 가장 나답고 행복하다”

[스포츠서울 | 강윤식 기자] “야구를 할 때 가장 나답고 행복하다.”
2026년 미국에 여자야구프로리그(WPBL)가 생긴다. 여기에 한국 선수들도 참가한다. 김라경(25) 박민서(21) 박주아(21) 김현아(25)가 주인공이다. 모두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 오직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
지난달 미국에서 WPBL 드래프트가 열렸다. 무려 70년 만에 부활하는 리그. 새롭게 생긴 기회를 얻기 위해 전 세계 수많은 여자야구선수가 드래프트에 참여했다. 여기서 김라경, 박민서, 박주아, 김현아가 호명됐다.

여러모로 한국에서 여자야구선수로 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일단 인프라가 부족하다. 어린 선수가 뛸 수 있는 주니어팀이 한 팀에 불과하다. 더불어 편견에도 맞서야 했다. 그런 어려움을 묵묵히 이겨내며 마침내 ‘프로’ 타이틀을 달았다. 그동안 노력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된 포수 김현아는 “야구를 한다고 말하면 ‘여자야구는 남자야구하고 똑같냐’, ‘소프트볼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며 “그런 얘기를 하는 이들에게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니까, 그것만 쫓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지난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6라운드 지명으로 뉴욕에 합류하는 박민서는 “야구를 좋아해서 열심히 했는데, 가끔 ‘무엇을 위해 이걸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잘하고 싶은데, 리그가 없어서 경기를 뛰지 못하니까 그런 생각도 했다”며 어려웠던 시절을 톺았다.
이런 시기를 버티게 해준 건 ‘야구를 향한 사랑’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뽑힌 박주아는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후회한 적은 없다. 야구를 할 때 가장 나답고 행복하다”고 했다.

물론 끝이 아니다. 한국여자야구를 대표하는 얼굴로 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박주아는 “똑같이 야구 하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듣는 여러 얘기로 인해 서운하기도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남자야구에 비해 시스템이 없지 않나. 내 활동으로 앞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여자야구 간판이자, 1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뉴욕에 뽑힌 김라경은 “코앞에 다가왔으니까, 이번 비시즌 이 악물고 준비하려고 한다. 프로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독기를 품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머지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다. 여자야구 불모지인 한국에서 꽃을 피운 ‘WPBL 사총사’. 이들의 다음 내년시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skywalker@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