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2025시즌 팀 홈런 1위, 프로야구 사상 최초 160만 관중 돌파, 그리고 기나긴 암흑기의 끝을 알린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까지.
올 한해 삼성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다. KBO리그가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원조 왕조 DNA’가 꿈틀거리고 있다. 별다른 전력 누출 없이 막강한 로스터 유지에 성공했고, 기존 왕조 주역까지 돌아오며 ‘윈 나우’ 기조에 힘을 실었다. 2020년대 다크호스로 떠오른 LG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최고의 마케팅은 실력이란 말이 있다.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해도 성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텅텅 빈 야구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 올해 처음으로 1200만 관중 시대가 열렸는데, 삼성은 구단 중 가장 먼저 1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160만명 고지까지 밟았다. 비수도권 구단임에도 독보적인 관중 동원력을 과시했다.
박진만 감독의 지휘 아래 2024년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의 올시즌 최종 성적은 4위. 한때 연패의 늪에서 허덕이다가 8위까지 처지기도 했다. 시즌 막판 기적을 만들어냈고, 플레이오프(PO)까지 진출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준PO에서는 업셋 승리를, PO에서는 리그 최강 에이스 코디 폰세를 상대로 분전하는 등 결과 이상의 과정을 남겼다.


타선은 여전히 막강하다. 주장 구자욱을 중심으로 외국인 선수 최초로 50홈런 달성뿐 아니라 리그 최초 기록인 158타점을 쌓은 르윈 디아즈,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한 거포 김영웅 등이 건재하다. 여기에 왕조 시절 멤버이자 베테랑 타자 최형우가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4년 연속 통합우승의 주역인 데다, KIA 시절에도 두 번 우승을 일궈냈다.
올시즌 리그를 호령한 외국인 투수들의 이탈 속에서도 삼성 마운드는 업그레이드됐다. ‘이닝 이터’ 아리엘 후라도와 토종 에이스 원태인, 새롭게 합류한 메이저리그(ML) 특급 유망주 출신 맷 매닝 등이 가세한다. 불펜 김무신, 이재희, 최지광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전력만 놓고 보면 우승을 노려볼 만한 조건은 충분한 셈이다.

삼성이 우승을 차지한 건 2014년이 마지막이다. 이후 내리막길을 탄 탓에 왕조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2026시즌이 우승 적기인 건 분명해 보인다. 전력, 흥행, 흐름이 맞물린 지금, 리그 최상의 자리에서 엘도라도가 울려 퍼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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