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한국 경마의 상징적 존재이자 ‘경마대통령’으로 불린 박태종 기수가 오는 21일 서울경마장에서 마지막 기승을 끝으로 38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1987년 4월 1일. 스물 두 살 나이에 처음 경주로에 나선 박 기수는 한국 경마의 리빙레전드 길을 걸었다. 통산 1만6014회 출전, 2249승. 누구도 넘보지 못한 기록이다.
박 기수가 경마대통령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 건 단지 승수 때문만은 아니다. 그랑프리와 코리안더비를 포함해 대상경주를 총 48회 석권하고, 최우수 기수를 5회나 수상하는 등 빛나는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왔다. 철저한 체력 관리, 흔들림 없는 집중력, 말에 대한 섬세한 이해, 경마에 대한 변치 않는 열정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적을 쌓았다.
결국 한국 경마 최다승 기수라는 누구도 넘보지 못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수천 번의 출전과 수많은 명승부 속 박태종이라는 이름은 신뢰와 기량의 상징이 됐다.
박 기수가 처음 안장에 올랐을 때 출발선에 선 동료 기수는 이미 오래전 은퇴했다. 그가 지도한 후배는 이제 한국 경마를 이끄는 중견 기수다. 박 기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증명, 모든 기수의 영원한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박 기수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프로 정신이다. 승리를 위해 매 경주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준비와 분석이 따른다. 또 경주 이후 냉정한 자기 평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또 후배 기수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는 선배이자 스승이다. 기수로 기승술은 물론 마음가짐, 말과 교감, 팬에 대한 예의까지. 박 기수가 후배에게 전한 가르침은 한국 경마의 소중한 자산이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박태종 기수는 38년간 한국 경마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최고의 기량과 프로 정신을 보여준 살아있는 전설이다. 기록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한국 경마 발전에 헌신한 공로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기수가 보여준 열정과 헌신, 그리고 승부사로 자세는 앞으로도 많은 기수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기수는 주말 6경주 ‘미라클삭스’에 기승한다. 마사회는 은퇴를 기념해 은퇴식, 팬미팅, 특별전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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